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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SIDH의 10대 뉴스

2006년 12월 29일

작년 이맘때도 저런 제목으로 글을 하나 쓰긴 썼었죠.
기억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본의아니게 낚시(?)가 되고 말았었는데…

그러면서 다짐하기를
회사를 때려치우는 한이 있더라도
사건 사고를 떠트려야겠다, 고 했었는데
사실이 되고 말았군요.
기가 막힌 예언이 됐다거나, 말이 씨가 된다거나,
뭐 그렇게들 생각하실테지만,
사실은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라서
생각을 실행으로 옮긴 것에 불과하달까.

어쨌든, 이번엔 진짜,
시대의 10대 뉴스입니다.
유학갔다온 형이 교수로 임용됐다거나,
작년에 시집간 사촌여동생이 임신했다거나,
동갑인 고종사촌이 우리 옆집으로 이사왔다거나,
이런 주변의 이야기들은 일단 뺍니다.
무조건 내가 직접 겪은, 나한테 직접적으로 연관있는,
그런 것만 추립니다.

보통 순위발표는 10위부터 1위까지 거꾸로 가는데
기억나는 순서대로 쓸 생각이니 1위부터 갑니다.

1위. 직장 옮기다.

당연히 이게 1등이죠.
정확한 히스토리를 읊어보면,
기존에 다니던 회사에서 제가 일하던 부서를 흔들어댄 건 벌써 2004년도의 일.
그때 이미 박차고 나올 궁리를 하고 있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눌러앉아있다가
올해 초 같이 일하던 연구파트 직원 내보내다시피하고
저 역시 다른 부서로 빼간다는 통보가 날아들면서
“이 부서 아니면 회사를 나가겠습니다”라는 똥배짱부려버린 것.
사장과 직접 면담 끝에 그럼 퇴사,로 상황 정리.
그 상황에서 사장은 이 부서(사업) 접는다, 고 (비공식) 발표.
사업정리될 때까지만 있기로 팀장과 합의.
(나가면 갈 회사도 없었음)
그러다가 마침 개업한 친구가 회사 관둔다며? 일루 와라. 라고 콜.
부서(사업) 재편하여 다시 하기로 결정되는 거 보고 퇴사.
현 직장 합류.
…라는 스토리가 되겠습니다.
월급 반토막나고 업무는 배로 늘었지만
쓸데없이 의욕에 불탔던 작년 여름 언젠가 이후로
직장생활 처음으로 행복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2위. 농구를 다시 시작하다

형이 유학을 가버린 이후로 매주 일요일마다 하던 농구를 완전히 접었었는데
이런저런 계기가 되어 온라인에서 모인 사람들끼리 실내체육관에서 농구를 하게 됐습니다.
올해 1월1일부터 시작해서 지난 12월24일까지 딱 1년.
내년 1월7일부터 다시 새로운 1년입니다.

홈페이지에도 글쓴 적 있지만
거의 10년만에 농구공을 잡고 뛰려다보니
처음 시작해서 코트 한번 왔다갔다 하고는 숨이 턱에 차버리고
시작 5분만에 못하겠다며 교체를 요청하고
안쓰던 근육을 쓰다보니 발바닥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고,
아주 엉망진창이었죠.
지금은, 24일에 총 6쿼터(그것도 5쿼터는 연짱)를 뛰었는데
크게 힘들거나 (전혀 힘들지 않은 건 아니고) 하지는 않습니다.
체중은, 80kg을 상회하던 것이 80 아래로 완전히 자리를 잡은 것말고는
그렇게 많이 빠지진 않았고.

3위. 오사카-교토여행

제타건담 극장판 3부작 개봉에 맞춰 일본여행을 다시 계획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야 여행기로 죽 썼으니 생략하고
작년에 동경을 다녀왔을 때는 긴자나 아키하바라쪽을 못가본 것 빼고는 그렇게 아쉬운 점이 없었는데
이번 오사카-교토여행은 고베를 못간 것, 교토를 자세히 못본 것, 오사카항도 제대로 못본 것… 하여튼, 짧은 여행의 아쉬움을 제대로 느끼고 왔습니다.
언제 시간 만들어서 최소한 3박4일로라도 다시 가봐야할 것 같네요.

4위. 홈페이지 개편

홈페이지만 놓고보면 가장 큰 뉴스일 수도.
완전한 블로그 형태는 아니지만
꽤 오래 구상해왔던 형태로 홈페이지가 조금조금 바뀌어오다가
드디어 완성되었다고 할까…
게다가 영화음악 쪽에서는 드디어 동영상서비스를 할 수 있어서
한층 더 만족스러운 4위 되겠습니다.
물론, 앞으로 해야할 것들(정확히 말하면 계획만 해놓고 하지 않은 것들)이 훨씬 더 많아서
내년에도 갈 길이 멀긴 합니다.

5위. 발가락 골절

2위 농구에서 파생된 거긴 한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어딘가가 부러져본 거라
(중학생 때 자전거 타고가다가 택시와 정면충돌을 했을 때도
한군데도 부러진 곳이 없었다죠)
5위에 올려봅니다.

정확한 증상은, 오른쪽 두번째 발가락뼈가 조금 으스러진 거고
(골절이라니까 뚝! 두 동강이 난 줄 아시는데… 그런 건 아닙니다)
그 뼛조각이 근육에 박혀서(?) 제 자리로 붙지 않은 것.
제대로 붙이려면 수술을 해야되는데,
의사선생 왈 그냥 놔둬도 크게 불편할 것 없고
한 달 경과를 보니 조금씩 좋아지는 것 같다며
1년 정도 지나면 거의 불편하지 않을 거라고.
지금 1년에서 한두 달 모자라는데 확실히 별로 불편하지는 않음.
일부러 발가락을 구부릴려고 하면 잘 안구부러지는 것 정도.

6위. 농구대회 출전

얘도 농구 이야기에서 파생된 겁니다마는
그래도 공식대회에, 제대로 된 심판이 보는 경기를,
제대로 된 유니폼…이 없었던 옥의 티를 빼고,
직접 뛰면서 한 골까지 넣었다는 게 너무 자랑스러워서
6위에 올립니다.
사진이라도 한 장 박아뒀으면 좋았을텐데…
(뭐 사진 찍히는 걸 워낙 싫어하긴 합니다만)

7위. 가족여행

꼽아보면, 중학교 졸업하고나서
네 식구가 다함께 여행간 것이 처음이지 싶습니다.
이제는 부모님은 늙고, 자식들은 너무 크고,
돌아다니면 피곤하고 가만 있으면 재미없고
뭐 그런 여행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여름휴가랍시고 온 가족이 여행가는 거, 아마도 마지막일 공산이 커서
7위로 뽑았습니다.
아, 봉평 허브농장인가 갔었다지요.

8위. 영화동호회 네이버 이전

2003년엔가 옮긴 이래 쭉 엔키노에서 활동하던 영화동호회를
엔키노가 문닫는 바람에 네이버 카페로 이전했습니다.
사건 자체로 보면 크다 할 수도 있겠지만
뭐 곰곰히 따져보면 크게 달라진 것도 없다 싶고
어차피 맨날 만나는 사람들 모이는 거 엔키노나 네이버나 별 차이도 없고 해서
8위입니다.

9위. 컴퓨터 업그레이드

한 달이 멀다하고 컴퓨터 업그레이드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명색이 컴퓨터로 먹고 사는 사람인데도 업그레이드 잘 안하죠.
여태 펜티엄1.6에 윈2000으로 살다가
귀국한 형 컴퓨터 새로 맞춰주면서 지름신 발동.
제 것도 확 업그레이드해버렸습니다.
펜티엄 3.0에 XP로.(남들 다 쓰는 XP를 저는 올해 처음 써봅니다)
그런데 컴퓨터 업그레이드는 항상 느끼는 거지만
하나 안하나 체감속도 차이는 별로 없어요.

10위. DVD-R 장만

앞에 말한 컴퓨터 업그레이드는 CPU와 운영체제 얘기고
이거는 제 문화생활(?)과 관련된 거라서 별도로 10위 턱걸이.
작년에 DVD-R을 장만한 팀장으로부터
영화 세 편을 한장에 담을 수 있는 DVD-R의 놀라운 성능(?)에 대해 귀가 닳도록 들어왔던 터라
벌크로 한 통 장만해놓은 공CD만 다 떨어지면 내 DVD-R로 갈아타리라, 벼르다가
올 9월에 드디어 DVD-R 장만에 성공.
구워놓은 영화CD가 4~5통 되는데
저걸 다시 다 구워도 50장짜리 1통이면 되겠네요.
과학의 발전이란 참으로.

그밖에
올해는 책을 한 권도 안샀네요. 기록적인 일입니다.
(올해는 무슨 책을 샀나 꼽아보다가 발견한 놀라운 사실)

작년 9월에 산 <히스토리언>을 올해 9월에야 다 읽은 탓이 크지 싶군요. (이것도 뉴스라면 뉴습니다)

친구/후배와 같은 회사를 다니게 되다보니 그동안 연락안되던 후배들하고 줄줄이 연락이 닿더군요. 이것도 나름 뉴스.

몇년만인지 기억도 안나는데, 친구녀석과 술먹다가 날밤을 샜네요.
그렇다고 술이 떡이 된 것도 아니고, 술을 살살 마신 것도 아니고,
자랑은 절대 아니지만 술마시다가 창밖으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니 나름 뿌듯하더군요.
(농구를 열심히 한 탓인가…)

올초에 선보고 서너달 만나다만 아가씨가 있었는데
이건 고의로 10대 뉴스에서 뺐습니다.

올해는 회사를 옮겼으니, 내년에 또 옮기기는 그렇고,
내년 10대 뉴스에는 결혼 뭐 이런 거라도 올려봐야될라나요.
시대가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