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담>, 그 존재의 의미

건담 시리즈에서 “건담”이라는 이름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다시 말하면 왜 후속편에서는 계속 “건담”의 후속모델이 만들어지고 있는가… 라는 질문이다. 물론 주인공 메카닉으로서 후편이 나오면 당연히 후속 모델이 나와야하는 입장이지만 그것은 제작자적인 입장이고, 스토리에 충실하게 한번 생각해보자. 왜 하필 건담이어야 하는가?

처음 지온공국의 모빌슈트 “자쿠”에 혼줄이 난 연방군은 자쿠에 필적할만한 모빌슈트의 개발에 착수했고, 그 결과 건담과 건캐논, 건탱크가 탄생했다. 이 과정에서 원래는 세가지 타입의 모빌슈트로 전문화하겠다는 연방의 계획이 너무나 뛰어난 건담의 성능에 백지화되고 말았다. 건캐논과 건탱크는 그저 건담의 엄호역할만 할뿐, 건담이라는 모빌슈트 한대가 1년전쟁의 판도를 뒤바꿔놓고 말았던 것이다. (외전에서는 건탱크와 건캐논의 마이너체인지가 간간이 등장하고 있다) 흰색 모빌슈트. 지온에게 이렇게 불리던 건담은 지온의 모빌슈트 개발의욕까지 불러일으켰고 건담의 조종사 아무로는 뉴타입이라는 새로운 존재에 대한 인식까지 바꿔놓았다.

이처럼 건담 시리즈에서 건담의 등장은 단순히 강한 모빌슈트 한 대가 새롭게 선보이는 수준이 아니었다. 건담의 등장으로 연방은 지온공국을 무찌르는데 기본적인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고, 지온은 건담 하나에게 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건담 개발 이전과 이후의 연방군은 판이했다. 당연히 연방군은 <건담>이라는 이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전쟁이 끝난 지 3년 뒤 지온의 잔당 데라즈 부대와 전투가 벌어졌을 때, 당연히 연방의 선봉에는 건담이 서야했다. 다른 모빌슈트로는 이미 이름값이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지온군을 이끄는 데라즈는 건담을 탈취해서 자신들의 선봉에 세워 역으로 연방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작전을 구상했던 것이다. 애너벨 가토가 그 임무를 맡았고, 그는 건담 2호기를 탈취해서 파괴될 때까지 자신이 조종했다. 스타더스트 사건이 마무리된 뒤 건담 1,2,3호기 제작이 백지화된 데에는 연방의 상징인 건담이 지온의 손에 넘어갔다는 치욕을 덮어버리겠다는 의도도 숨어있을 것이다.

다시 지온의 잔당인 액시즈와 새로운 스페이스노이드 단체 에우고의 움직임이 심상치않자, 이에 맞서기 위해 제작된 티탄즈는 역시 자신들의 주력 모빌슈트로 건담을 내세우기 위해 건담 MK-II를 제작했다. 그리고 다시 건담을 탈취하기 위해 샤아가 나섰다. 이번엔 3대를 모두 탈취해냈을 뿐만 아니라, 카미유의 고안에 의해 더욱 새로운 건담인 Z건담까지 개발되어 에우고의 선봉에 서게 되었다. 연방으로서는 열받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자신들이 뼈빠지게 만든 건담 MK-II를 뺏긴 것도 억울한데 지온의 기술진까지 합세해서 더욱 강한 건담을 개발해서 나오다니. 이에 맞서서 나온 것이 덩치부터 40미터 가까이 되는 싸이코건담이다. (정확히 말하면 싸이코건담이 Z건담보다 먼저 등장하는데, 개발착수시기는 서로 비슷하다고 본다) 아마 연방측이 계속 모빌슈트를 개발했다면 싸이코건담의 아류들이 많이 나왔겠지만, 따지자면 연방과는 별 상관없는 시로코가 티탄즈의 주축이 되면서 멧사라나 지오, 함브라비같은 괴상하게 생긴 모빌슈트들이 선보일 수밖에 없었다.

이와 같이 건담이라는 이름이 갖는 의미는 절대적으로 연방군의 수호신에 가깝지, 사실 스페이스노이드에게는 거리감이 느껴지는 이름이었다. 에우고가 Z건담을 개발한 것도 에우고가 정통 스페이스노이드 단체라기보다는 티탄즈의 독주에 반발하는 연방군 인사들이 개입된 조직이기 때문이었다. 지온이나 액시즈에서는 건담 비슷한 모빌슈트도 만들지 않았다. 누가 뭐래도 건담은 연방군의 모빌슈트고, 결국 건담 시리즈에서 착한쪽은 연방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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