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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D-War를 둘러싼 논쟁들

2007년 8월 16일

1. 들어가며

뭘 비장하게 들어가며, 씩이나 찾고 있나 싶기도 하지만
정작 영화는 보지 않은 상태인데도 하도 이런저런 소리가 많이 들리고
그 공방의 핵심이 인터넷업계에 입문한 이래 늘 관심대상이었던
“머리없는 네티즌들의 집단행동”에 있는 관계로
이게 앞으로 어떻게 돌아가려는 건가, 쭉 신경은 쓰고 있었더랬다.

결론을 미리 말해버리는 느낌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현재 오고가는 <디 워> 논쟁에 대한 생각은
“필요 이상 과열되어있다”는 거다.
그리고 이렇게까지 과열된 이유는
서로가 서로에게 피해의식을 가진 것이 발단이라고 생각되므로
“양비론”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디빠”건 “디까”건 양쪽을 다 까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염두에 두시고
본론으로 들어가보도록 하자.

2. 영화 <디 워>

앞서도 말했지만 아직 영화 안봤다.
앞으로 명절에 TV에서 틀어주거나 하기 전에는 아마 보지 않을 거 같다.
하지만 그건 <디 워>라는 영화가 그렇게 싫어서가 아니라
왠만하면 극장에서 영화를 보지 않는 내 성향 탓일 뿐이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논란이 지금처럼 격해지기 전까지는 굳이 영화를 안봐도 상관없었다.
“디빠”건, “디까”건 영화 자체를 놓고 큰 줄기에서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지는 않았으니까.

“스토리라인은 엄청 부실하지만 – 연기도 형편없고 – CG는 봐줄만하다”

이 정도면 상당한 의견 일치였고 그 덕분에 영화 자체에 대한 논란은 별로 없었다.
그러다가 영화 자체에 대한 논란의 불길을 당긴 것이
100분토론에서 맹활약을 펼쳐주신 진중권 선생이었다.

과거 “<300>같은 영화는 CG가 중요하지 서사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 전력 때문인지
진중권 선생은 “<디 워>에는 서사가 아예 없다”고 일갈해버리셨다.
“서사가 약하다” “서사가 엉망이다” “서사가 없다”
분명히 수준의 차이가 있는 평가다.
뒤집어서 말하면 진중권 선생의 논리는
“<300>만큼만 됐어도 <디 워>를 이렇게 씹지는 않는다”
가 된다.

그 이후 “디까”들은 마치 계시라도 받은 양
“<디 워>는 서사가 엉망인 수준 정도가 아니라 아예 없다”는 공격을 시작했고
“디빠”들은 “도대체 <300>과 <디 워>의 차이가 뭐냐”고 맞서기 시작했다.

솔직히 이거 주관적이다.
더 배우고 덜 배우고의 문제가 아니라
걍 주관적인 거다.
그러니 영화를 아예 보지 않은 나로서는
<디 워>에 서사가 있네 없네 를 거론할 건데기가 없는 거다.
그렇다고 내가 무슨 평론가도 아니고, 정말 서사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려고 영화를 볼 수도 없는 일.

다만 이런 생각은 있다.
아무리 영화가 엉망이라고 해도 “서사가 없다”는 평은 극단적인 경우다.
그냥 주관적인 내 판단으로 어떤 영화가 “서사가 없다” 수준의 소리를 들으려면
나쁜 이무기가 주인공 여자를 쫓아다니기는 하는데 그 이유가 아예 없다거나,
주인공 남자가 주인공 여자를 이무기로부터 보호하려고 하는데 그 이유가 전혀 없다거나,
주인공 여자가 마침내 이무기한테 잡혔는데 아무 이유없이 그냥 놔준다거나,
뭐 이런 말도 안되는 수준까지 치달아주는 경우에나 가능하지 않나 싶다.
이유가 말이 안된다, 설명이 부족하다, 등등의 공격은
그냥 “서사가 엉망이다”라는 말로 수렴이 가능하다고 본다.

물론, 아직 영화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정말 <디 워>라는 영화는 내가 보는 기준에서도 “서사가 없네” 수준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누가 맞다, 틀리다, 이런 주장을 여기서 하지는 않는다.
다음으로 넘어가자.

3. 애국심 혹은 동정심 마케팅

영화 개봉 전부터 500만 관객 돌파한 지금까지 계속 논란이 되는 문제 중 하나인데
이건 논란의 핵심키워드가 주제에서 조금 벗어난 경우이다.
이것도 결국 “영화 자체에 대한 논쟁”으로 귀결될 수 있는데
“디까” 입장에서는 “저런 형편없는 영화가 대박이 난 이유는 애국심과 동정심에 호소했기 때문”이며
작금의 온라인테러에 대해서도 “애국심과 집단주의에 놀아난…” 이런 식으로 설명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 주장의 근본에는 “<디 워>는 (흥행에 성공하기도 힘들 정도의) 쓰레기”라는 강한 전제가 깔려있기 때문에
“디빠”들은 “디까”들의 이런 주장을 들으면
자신들이 쓰레기영화조차 알아보는 안목도 없는 주제에
아무 생각도 없이 선동에 휩쓸려 행동하는 무뇌아 취급을 당했다고 받아들여 발끈한다.

내가 보기엔 애국심 마케팅이 상당히 먹힌 것은 사실이다.
<디 워>가 개봉을 한다 만다 시간을 질질 끌 때부터
관심의 촛점은 “헐리웃 기술에 밀리지 않는 국산SF영화로 미국시장을 점령하겠다”
심형래 감독의 주장에 있었다.

이게 단순히, “헐리웃 기술에 못지 않은 국산SF영화”에 불과하고
헐리웃 진출 이런 말 없이 그냥 내수용(?) 영화였으면 이렇게까지 흥행 못했을 거다.
단순하게 비교하면, 해외영화제에서 상받은 영화가 흥행되는 거랑 비슷한 경우.

그런데 문제는
이게 “미국에서 대박난 영화”가 아니라
“미국에서 대박을 낼지 안낼지 모르는 영화”라는 점이다.

“미국에서 대박이 났다” 그러면
“와 우리 영화가 미국시장에서 대박이 나다니… 어떤 영화인가 한번 보자”
이런 분위기가 생기는 게 뭐 자연스럽다.
그런데 “미국에서 대박을 낼지 안낼지 함 부딪혀보자는 영화”라고 했더니
“와 이 영화가 미국에서 대박이 나려면 우리가 열심히 응원하고 따라서 극장에서 많이 봐줘야된다!”
라는 분위기는 좀 이상하지 않냐는 거다.
<100분토론>에서 진중권 선생이 한 말처럼, 우리가 무슨 응원단도 아니고 <디 워>가 무슨 국가대표도 아닌데.
무조건 대한민국 딱지 붙이고 외국으로 진출한다 어쩐다 하면
가슴 속에 태극기를 달았네 어쩌네 하며 온 국민이 응원해야되는 듯한 분위기 만든다.
우리나라 사람, 우리 동포가 잘되고 그러면 기분 좋은 거야 인지상정이지만
우리가 걔네들 성공을 위해 응원하고 격려를 할 의무 같은 건 없지 않냐는 말이다.
그런 의무가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더라.

또, <디 워>의 흥행몰이를 전적으로 그런 애국심마케팅, 동정심마케팅 탓만이라고 보기도 좀 뭣하다.
영화 제작기간 내내 “헐리웃 못지않은 CG기술”을 떡밥으로 던지며 인터넷에 적절하게 예고동영상을 뿌려
끊임없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관심”과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던 탓이 훨씬 크다.
쉽게 말해서 “나온다, 나온다” 소리를 거의 4년 가까이 들어왔던 영화가 드디어 나왔으니
궁금해서 한번 보고싶어지는 건 어느정도 인지상정이라는 이야기.
게다가 개봉 이후 토론방송까지 해가면서 이 영화가 어쩌네 저쩌네 떠들어대니
더욱 궁금해져서 점점 흥행몰이를 할 수밖에.

많이 봐줘서 애국심을 자극하건 동정심을 유발하건
영화가 흥행 좀 해보겠다고 이런저런 마케팅 하는 걸 좋아하지 않을 수는 있어도 그게 잘못됐다고 할 수 있나.
(<블레어위치> 같은 경우 이 영화가 실화라고 거짓말까지 했었다)
영화 자체에 대한 논란과 마케팅에 대한 논란은 어차피 별개라고 본다.
“<디 워>는 쓰레기”라고 느끼는 건 자유지만
“<디 워> 괜찮고 볼만하던데?”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저런 쓰레기를 좋다고 보는 사람들은 애국심을 매개로 집단주의 최면에 걸린 무뇌관객”
식으로 매도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디까”들 입장에서는 “그냥 영화 보고 좋다는 사람들까지 그렇게 매도하려는 건 아니다”라고 항변하고 싶겠지만
“<디 워>는 쓰레기”라는 기본입장을 버리지 않는 한
그런 쓰레기를 보고 좋다고 하는 일반관객들은 “디까”들에게 선도가 필요한 어린 중생일 따름이다.
그리고 “디까”들의 그런 태도가 순한 의미의 “디빠”들을 양산하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다.

하지만 “<디 워>를 욕보이는 사람은 가만두지 않겠다!”라고 외치고 행동하는
속칭 “디빠”에 대해서 그렇게 말하는 건
대단히 공감하는 바이다.

4. 디빠

어디에서 나타나서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지만
어느새 “제2의 황우석 사태”로까지 <디 워> 논쟁을 키운 데에는
행동하는 양심(?), “디빠”들이 계시다.

근본이 심형래 팬클럽인지 SF매니아인지 괴수영화오타쿠인지는 모르지만
(엄밀히 말하면 괴수영화가 SF영화는 아닌데 내용의 핵심과 무관하므로 대충 뭉뚱그려서 가도록 하자)
이 사람들의 주장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1. 이런 류의 영화는 CG만 죽여주면 된다. 스토리 이런 거 크게 중요하지 않다.
  2. 심형래 감독이 오랜세월 충무로에서 무시당하고 질시당하면서 땀과 눈물로 만든 영화다. 아직도 충무로에선 심형래와 그 영화를 인정하지 못하는 거다.
  3. 앞으로 미국시장에 진출해 딸라를 긁어들일 영화다. 그런데 왜 우리가 먼저 영화의 질을 깎아내려서 수출상품의 가치를 낮추나?

이외에도 단순히 “나는 재밌고 좋던데…”라고 생각해서 디빠가 된 사람도 있겠지만
이런 경우는 논쟁의 여지가 없는 관계로 제외시켰다.
영화 자체에 대해서 내가 말할 건데기가 없다는 점은 이미 충분히 밝혔다고 생각되기에.

첫번째부터 보자.
이런 주장에 맞서서 “사실 CG도 헐리웃 일류 수준은 아니다” 식의 반론도 나왔고
“서사가 엉망인 정도가 아니라 아예 없다”는 반론도 이래서 나왔다.
하지만 이런 주장들은 다 영화 자체에 대한 이야기고
사실 이 주장에 대한 핵심반론은
“정말 이런 류의 영화는 스토리가 중요하지 않은가?”이다.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스토리가 엉망인데 CG만 반짝거린 영화가 총체적으로 좋은 소리 들은 적 없다.
CG만 가지고도 어느정도 흥행이나 나쁘지 않은 평을 들은 경우는 많겠지만.
<디 워>가 그 정도 수준의 영화라는데 동의한다면 더 할 말 없는 거다.

두번째 주장.
심형래가 아무래도 정통 충무로 출신도 아니고,
충무로에서도 별로 대접 못받는 <영구와 땡칠이>류의 애들영화나 만들고 그랬으니
저런 주장의 일부분은 이해가는 측면도 있다.
반대로 이송희일 감독의 “그 정도 자본을 끌어들여서 영화를 만들고 메이저배급사 끼고 스크린 점령한 사람이 왕따냐? 주류지”라는 주장도 맞는 부분이 있다.
왜 양쪽 말이 다 맞게 들리냐하면
서로가 각자 다른 측면에서 스스로를 왕따라고 규정하고 상대방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심형래는 앞서 말한 것처럼 정통영화인이 아니고 코미디언 출신이기도 하지만
각종 인터뷰로 미루어봤을 때 뭐든 혼자 처리하려고 하는 독불장군 기질이 좀 있는 것 같아
역설적으로 영화 만들면서 소외감 같은 걸 많이 느꼈을 수 있다.
이송희일 감독은 충무로의 대규모 자본과는 거리가 있는 독립영화를 주로 하고
성 정체성이나 그런 부분에 있어서 아예 사회적으로 아웃사이더다보니
역시 자신이 충무로에선 왕따라고 느꼈을 수 있고.
그렇게 서로 자신의 거울로 상대방을 보면
심형래 쪽 입장에서는 충무로에 발담그고 그 시스템 안에서 줄곧 영화인으로 살아온 사람이 주류처럼 보이고
이송희일 쪽 입장에서는 대규모 자본을 끌여들여서 영화 만들고 최다스크린 확보해서 개봉하는 사람이 주류처럼 보이는 거다.
마치 미국에서 한국인과 흑인이 서로 우리가 왕따고 니네가 주류라고 싸우는 격이랄까.

뭐 거기까진 그렇다 치고,
그럼 심형래가 왕따라서, 약자라서 충무로에서 인정을 안해주는 건가?
앞에도 말했지만 일반적인 평가는 평론가나 일반관객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스토리 엉망 + CG 제법.
“디빠”들 말대로라면 충무로/평론가들은 여기서 기술적 성과는 외면하고 유독 스토리 엉망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얘기고
그게 심형래를 어떻게든 깎아내리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거라는데,
그게 단지 “나는 충무로에서 왕따였다”는 심형래의 말에 근거한 주장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평론가들이 (본격적으로 논란이 되기 전부터) 그렇게 가혹한 평가를 <디 워>에 내렸었나? 라는 부분에서도 동의하기 힘들고.

실제로 인터넷 게시판마다 퍼날라지던 “평론가들의 이중적 태도” 같은 글은
다른 영화에 대해서 길게 쓴 글 중 좋게 말한 부분과 <디 워>에 대한 10자 단평을 비교하면서
평론가들이 마치 이중잣대를 가진 양 부풀리고 왜곡한 글이었다.
또 어느 “디빠”가 언론이나 포털에서 <디 워>가 거론된 숫자 등등을 제시하며
“이렇게 <디 워>가 언론에서 푸대접받고있다”고 한 적도 있다는데
뭐 그런 것이 전형적인 빠돌이짓이라는 점을 무시하고라도
<디 워>가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헐리웃 시장에 나가는 게 아닌 이상
영화 한 편에 얼마나 요동질을 쳐줘야 그들 속이 시원하려는 건가.

<디 워>가 다른 한국영화들에 비해서 좀더 가혹하고 냉정하게 평가받고 있다는 주장은
두 가지 측면에서 반론이 가능하다.
첫번째는 “어차피 세계시장을 목표로 한 영화”인 이상
아직 전세계에 공개되기 전에 우리끼리 서로 비판하고 정리해서 더 좋은 상태로 내보낼 수도 있어야 한다.
(실제로 심형래 감독의 전작 <용가리>는 그런 절차를 밟았다.
더 나빠졌다는 지적도 없는 건 아니지만)
무조건 비판하면 안되고 칭찬만 해서, 부풀려서 해외로 내보내야한다는 주장엔 동의하기 어렵다.
두번째는 <디 워>나 왕따들의 영화라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메이저배급사가 붙은 블록버스터 형태로 개봉 중이라는 점이다.
대체적으로 <디 워>를 씹어대는(?) 사람들을 보면 진보적인 성향쪽으로 지식인입네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사람들은 돈 쳐바른 영화나 스크린 싹쓸이 개봉 같은 것에 일단 거부감 많은 사람들이다.
즉, 그 사람들이 <디 워>를 욕하는 이유는
오히려 “<디 워>가 메이저이고 강자라고 느껴져서”일 가능성이 더 크다는 말이다.
그런 이유로 씹어댄다면 모를까 심형래에 대한 편견? 무시? 그건 잘 모르겠다.

아, 한 가지는 동의할 수 있다.
심형래를 코미디언이나 바보라고 무시해서가 아니고
“인간 심형래”를 싫어해서 <디 워>를 씹는 사람들, 분명히 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원래부터 심형래를 싫어한 게 아니라
<용가리>의 실패와 그 후의 사기논란 등을 보며 심형래에게 등을 돌린 사람들이라는 걸 알면
어느정도 자업자득인 셈이 아닐까.

이제 세번째.
외국에서 인정받아야 되는 물건이니까 우리나라에서는 흉보면 안된다… 이거 웃긴 거다.
우리나라에서는 개무시당하는데 외국 나가서 성공한 케이스… 엄청 많다.
외국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와 성공한 케이스도 많고.
우리나라에서 좋은 소리를 들어야 외국 나가서도 성공한다는 거… 아무런 근거가 없는 그냥 주장일 뿐이다.

5. 제2의 황우석 사태

여러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작금의 사태에 대한 책임은
<디 워>에 대한 눈꼽만큼의 비판도 감당하지 못했던 “디빠”들이 시작한 게 맞다고 본다.
영화평론가들이 영화보고 씹어댄 게 하루이틀도 아닌데
비판을 엄청난 공격으로 과대포장해서 인터넷에 돌린 사람들이 바로 “디빠”들이니까.
하지만 이번 일을 두고 “제2의 황우석” 운운하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이런 정도의 사이버테러는 사실 굳이 황우석을 끄집어내지 않아도 자주 있어왔다.
바로 얼마전에도 슈퍼주니어의 모 군이 별 것도 아닌 말을 했다가
상대방의 미니홈피가 슈퍼주니어의 팬들로 초토화가 된 바가 있다.
만약 진중권 선생이 <100분 토론>에 출연해서
“슈퍼주니어는 가수도 아니다. 걔네가 노래를 제대로 부르냐. 춤도 그렇게 잘추는 건 아니다”
라고 얘기했다고 가정해보자.
지금 “디빠”들한테 당하는 정도는 얘깃거리도 안됐을 거다.
그렇다고해서 그 현상을 제2의 황우석 어쩌구라고 할 수 있나.
반대의견을 수용하지 못하는 꼴통집단은 어디나 언제나 있는 법인데
대뜸 디빠와 황빠를 동일시해버리는 시각은
비록 “애국심”이라는 무시하기 힘든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너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비교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쉽게 말해서 “디까”들이 자신의 도덕적/논리적 우위를 특별히 강조하고
“디빠”들의 감성적/폭력적 행태를 극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황우석을 거론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거다.
무엇보다도 심형래와 황우석을 아직까지는 일대일로 비교하기엔 무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긴 있다만, 동의하지 않는다)
단순히 강압적인 태도의 떼거리들이 애국심을 무기로 삼아 조직적으로 행동하고 악플을 남기는 걸 보고
황우석 사태 운운하는 것에 공감하지 않는다.

6. 대충 얘기 다 한 것 같아 마치면서

시큰둥하게 보면
<디 워>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를 용납하지 못하는 디빠들과
<디 워>를 까내리지 못해서 안달이 난 디까들의 피튀기는 싸움일 뿐이다.

문제는 저렇게 극단적인 사람들은 소수이고
나는 그냥 대충 좋게 봤는데 평론가들이 하도 씹어대니 자기만 바보된 거 같아 동지를 찾아 디빠가 된 사람들과
그렇게 구성된 디빠들의 여론몰이질에 괜히 불끈해서 대한민국의 인터넷에 소수의견의 정의를 실천하고자 디까가 된 사람들이
서로를 극단적인 디빠와 디까로 설정하고 진흙탕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것.

논쟁의 와중에 어느덧 <디 워>는 500만 관객 넘어섰고
개봉 초기에 비록 대박이 났다고는 하지만 천만 관객은 불가능해보였는데
요즘처럼 뜨거운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천만도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
(추석까지 상영한다면 천만은 확실)
누가 누구를 위하여 싸우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심형래 감독은 요즘 기분 좋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