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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는 뉴타입 (2)

2001년 6월 23일

1편에서 밝혔듯이 2편에서는 건담 스토리 내에서 뉴타입이 연방과 지온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얘기하고자 한다. 아무래도 1년 전쟁 위주로 설명하게 될 것 같다. <그리프스전쟁>도 조금 설명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1년전쟁 초기에 지온군이 우세를 잡았던 이유는 명백히 “모빌슈트”였다. 물론 전황만으로 보면 기습적인 공격에 이은 독가스 살포로 하나의 콜로니를 초토화시켜버리고 그 콜로니를 지구에 떨어뜨려버린 지온공국의 과단성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연방과 지온이 제대로 붙은 루움전역에서 기존의 우주전에 대한 개념을 바꿔놓은 모빌슈트 자쿠가 없었다면 지온은 단방에 궤멸되었을 수도 있었다.

지온공국은 연방보다 자원도 적고 인구도 적고 돈도 적었다. 당연히 장기전으로 가면 불리했다. 그렇기에 지온에서 “콜로니 낙하”같은 초강수를 두었던 것이지만, 신병기 모빌슈트 역시 전력상 열세인 지온이 장기전을 버티는데 힘이 되어주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연방이 모빌슈트를 만들어낸다면?

“뉴타입”이란 개념이 필요해진 것은 바로 그 시점에서였다. 이전부터 지온 다이쿤 등에 의해서 “뉴타입”의 개념이 스페이스노이드 사이에서 떠돌았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을 “전력화”하겠다는 구상은 기렌-키시리아가 구체화시키지 않았겠는가 추측된다. 뉴타입의 전력화에 대한 (제대로 된) 첫작품이라 할 수 있는 라라아는 확실히 핀치에 몰린 지온공국의 수명을 하루이틀이라도 연장시켜주는 효과를 발휘했다.

하지만, 지구에서 모빌슈트를 따라 개발했듯이 뉴타입도 전장에 투입하게 된다면? 사실 ‘하필 아무로가 뉴타입’이었다는 설정은 무리가 많긴 해도 지온을 파국으로 몰고가는 제대로 된 카운터펀치였다. 결국 전쟁 초반 모빌슈트로 전력상 열세를 만회하려던 지온의 노력은 건담에 의해, 후반 뉴타입으로 전력상 열세를 만회하려던 지온의 노력은 아무로에 의해 산산히 부서지고 말았던 것이다. (전력의 열세를 만회하려는 마지막 노력은 솔라레이였고 어느 정도 성과를 보였지만 결과적으로 전세를 뒤집을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1년전쟁이 건담이라는 모빌슈트와 아무로라는 뉴타입에 의해서 종결되었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아니 방금은 지온의 모빌슈트 개발과 뉴타입 연구가 건담과 아무로에 의해 효력을 상실했다고 주장하지 않았나? 라고 반문하실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지온의 전력이 연방보다 한참 아래라는 기본 전제를 깔고 말한 것이다. 1:1로 붙으면 당연히 지온은 깨질 수밖에 없었다. 모빌슈트-뉴타입은 모두 지온이 전력열세를 극복하기위한 몸부림에 지나지 않았고, 사실 연방이 똑같이 모빌슈트와 뉴타입을 내세우지 않았더라도 전력상 열세를 지온이 뒤집었을 거라고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 점을 기억하고 그리프스 전쟁 이야기로 가보자. 티탄즈는 왜 강화인간을 키웠을까? 앞서 말했듯 뉴타입은 전력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카드였을뿐이다. 티탄즈가 에우고나 액시즈보다 전력이 열세였을까? 아마도, 티탄즈가 연방군 전체를 손아귀에 넣기 전까지는 열세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연방군 전체를 손에 넣은 뒤에도 강화인간들을 계속 최전선에 투입한 이유는 뭘까? 연구비가 아까와서?

내가 생각하기에는 뉴타입이 스페이스노이드의 상징처럼 떠오르는 것을 경계하기 위함이 아닌가한다. 지온 다이쿤이나 샤아의 이상도 뉴타입에 기초하고 있으며 그들의 반란도 뉴타입에 기초하고 있다는 판단이 선 상태에서, 심리전 차원에서 “인공뉴타입”인 강화인간을 전장에 내세우는 것은 일제시대에 조선인 순사로 하여금 독립운동가들을 잡아들이게 하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보이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결론으로 갈까…? 나는 뉴타입이, 우주세기 건담에서 주인공에게 부여되는 매력적 요소와 어린 소년이 모빌슈트를 타고 히어로가 되는 것에 대한 타당성 부여(과거 슈퍼물에서의 초능력 대체물)를 제외하면 특별한 의미가 없다고 치부한다. 일년전쟁이건 그리프스 전쟁이건, 뉴타입이나 강화인간에 의해 승패가 좌우된 전쟁은 없었다는 판단에 의거해서 내린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