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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撞詩) 시리즈 (총 10편)

1993년 2월 28일

아래의 시들은 대학교 1학년 겨울방학때부터 2학년 겨울방학때까지 1년간 학생회실 낙서장에 연재(?)했던 글입니다.
친구들로부터 당구의 참맛을 노련하게 표현했다는 과분한 칭찬을 듣기도 했습니다만…
참고로 제 다마수는 50입니다.

향수

넓은 다이 똥창 끝으로
빨간 다마 지줄대는 오마우시 휘돌아나가고
얼룩백이 다마가 해설피 금빛 시네루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커피잔에 차가 식어지면
뷔인 다이에 걸레질 소리 다이 울리고
엷은 나미에 겨운 늙으신 선배가 맛세이를 돋아 찍으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다이에서 자란 내 마음
파란 다이빛이 그리워
함부로 친 다마를 멈추려
몸시네루를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황금큐같은
파란 쵸크가루 날리는 어린 후배와
아무러치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안 물리는 선배가
따가운 눈총을 등에 지고 다마 치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형광등
알 수도 없는 가락길로 다마 돌리고
주인 아저씨 다마 주워 지나가는 초라한 다이
흐릿한 불빛에 모여앉아 겐뻬이를 나누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환상속의 다마

결코 다마가 멈춰질 순 없다 요!
무엇을 망설이나 가락길은 단지 하나뿐인데
바로 여기가 그대에게 유일한 쿠션이고
바로 여기가 단지 그대에게 유일한 당점이다
환상 속에 가락이 있다 모든 길이 이제 다 잡혀가고 있어도
환상 속엔 아직 가락이 있다
지금까지 알다마는 진짜가 아니라고 말한다
단지 가락 뿐인가 그대가 바라는 쿠션은
아무도 빨간 다마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하나 둘 셋 쓰리 코 쿠션은 새로워야 한다
아름다운 큐대로 바꾸고서 새롭게 도전하자
가락의 환상 그대는 이론만 대단하다 그 이론은 위험하다
자신은 오직 꼭 잘 될거라고 큰 소리로 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그대가 찍고있는 당점은 무엇인가
Farewell to my ball…


타타타

네가 길을 모르는데 난들 길을 알겠느냐
가야시도 모두 몰라 다 안다면 재미없지
삑사리 나는 날은 나는대로 쫑나면 열받으며 치는거지
그런거지 으흐흠 어허허
겐세이는 좋은거지 수지맞는 장사잖소
가야시로 시작해서 가락까지 잡았잖소
우리네 헛치는 인생살이
한 세상 뽀록조차 없이 살면 무슨 재미 그런게 다마잖소


아주 오래된 당구인

저녁이 되면 의무감으로 큐대를 들고
관심도 없는 서로의 다마를 잡곤 하지
가끔씩은 공 퍼준단 말로 서로에게 위로하겠지만
그런 것도 예전에 가졌던 그런 느낌은 아니야
처음에 쳤던 그 느낌 그 큐걸이를 찾는다면
우리가 느낀 싫증은 이젠 없을거야이야
주말이 되면 습관적으로 한 게임 치고
서로를 위해 봉사한다고 생각을 하지
가끔씩은 서로의 눈 피해 볼링장에 가보기도 하고
자연스레 손을 뗄 핑계를 찾으려 할 때도 있지
처음에 쳤던 그 느낌 그 큐걸이를 찾는다면
우리가 느낀 싫증은 이젠 없을거야이야


좋은 날

오늘 유난히 비뚤어진 큐대 너무나 맘에 안들어
소개로 만난 이백치는 아이 그애와 시합할건데
그애가 직접 모아준 가야시 야릇한 그 느낌처럼
들뜨는 마음 진정시킬수록 이상한 웃음만 나네
겐세이하던 동네 아이들이 왜이리 귀엽게 보이고
다이는 온통 뽀록 향기니 정말 돛대를 뺄 수 있게 됐나봐
조금 조금 떨렸던 마음은 반기는 가야시볼에 날아가버리고
나를 나를 꼬시는 기본가락에 조져보고 싶지만 용기가 없어
조금 조금 떨렸던 마음은 반기는 가야시볼에 날아가버리고
나를 나를 꼬시는 기본가락에 조져보고 싶지만 다음 기회에


당구인

초구엔 공 퍼주고 쿠션은 삑사리내고
쫓기는 사람처럼 시계바늘 보면서
다이를 가득 메운 지독한 담배연기
큐대를 늘어뜨린 사람들 디스 이스 더 당구 라이프!
모두가 똑같은 큐대를 들고 손을 내밀어 악수하지만
마음 속에는 모두 다른 마음 각자 걸어가고 있는 거야
아무런 말없이 어디로 가는가 시네루 줬지만 풀리는 다마들
어젯밤 물린 충격 벌개진 두 눈으로
자판기 커피 한 잔 굽어진 큐대 깨진 쵸크
당구장 부속품처럼 큰 소파 위에 앉아
점점 빨리 나는 상대방 디스 이스 더 당구 라이프!
한 손에 황금큐대 다이에 쵸크놓고
집이란 잠자는 곳 당구장은 전쟁터
하얀빛의 다마들 파란빛의 다이와
똥색얼굴의 사람들 디스 이스 더 당구 라이프!


회상

바람이 몹시 불던 날이었지 그녀는 조그만 큐를 흔들고
어색한 표정을 지으면서 하얀 다말 보았지 으흠
하지만 말릴 수는 없었어 지금은 후회를 하고 있지만
정확히 맞는 흰 다말 보면서 두려움도 느꼈지 으흠
너무 가슴 아팠어
때로는 모험도 했었지 이제는 돛대라고 느낄 때
치고싶은 마음 한이 없지만 똥창에 다마 하나 맞질 않았네
그녀는 가락도 쳤지만 내 다만 삑사리가 많았어
그때는 너무나 어렸었기에 그녀의 다마수를 알지 못했네
그렇게 나쁘진 않았어 그녀와 함께 했던 시합들이
서로 말없이 치기만 했지만 좋은 시간이었어 으흠
하지만 꼭 그렇진 않아 너무 내 다마를 얕잡아봤지
한두 번 큐대도 바꿨지만 큐댄 상관없었어 으흠
너무 아쉬웠었어
때로는 모험도 했었지 이제는 돛대라고 느낄 때
치고싶은 마음 한이 없지만 똥창에 다마 하나 맞질 않았네
그녀는 가락도 쳤지만 내 다만 삑사리가 많았어
그때는 너무나 어렸었기에 그녀의 다마수를 알지 못했네


당구 카페

맛세이 짱꼴라 가야시 쓰리코 오시 시끼 오마우시 우라
파란 다이 파란 쵸크 사람들의 손마다 들려있는 큐대
어느 틈에 우리를 둘러싼 우리에게서 오지 않은 것들
우리는 어떤 다마를 치고 빨고 조지는가
빨간 다마들 하얀 두 다마 다이 위엔 보석색깔 쵸크
큐대 사이로 울리는 다마 소리 밤이 깊어도 많은 사람들
쿠션치는 남자 초구치는 여자
다마수 알지 못하는 서로를 못 본체하며
목소리만 높여서 다마 치네
흔들리는 다마들 한 밤의 당구 카페
하지만 내 다마는 누굴 위한걸까
사람들 돌아가고 문을 닫을 무렵
구석 자리의 숙녀는 마지막 가락을 찍었네
다마가 흐르면 시선도 흐르고
당점을 알지 못하는 다마에 담긴 시네루
초록색 다이 위에 풀어지네
흔들리는 다마들 한 밤의 당구 카페
하지만 내 다마는 누굴 위한걸까


산골 소년의 당구 이야기

풀잎새 따다가 다이 깔고
예쁜 꽃송이로 쵸크 쓰고
큐대 쵸크칠에 머리 곱게 물들면
하얀 다마를 조져보고파
탁자에 담배를 내려놓고
흐르는 다마를 노려보고
언제쯤 그애가 돛대다마를 풀까
하여 가슴만 두근거렸죠
푸르른 다이 위에 형광등불빛 반사되고
어느새 다마 사이로 가락길이 보이고 있네
노을빛 다이위엔 예쁜 쵸크가 굴러가고
어느 작은 산골 소년의 슬픈 당구 얘기


별 걸 다 기억하는 남자

나를 처음 본 게 정확히 이백 칠 때 였는지 삼백 칠 때 였는지
그때 마세이를 쳤는지 못 쳤었는지 기억할 수 있을까
그런 시시콜콜한 걸 다 기억할 필요가 뭐가 있을까 생각하겠지만
내 다마수나 주특기를 외우는 건 너무 당연하지 않아요
내가 초구칠 때 처음에 쵸크부터 칠하는지 다마길을 먼저 재보는지
기본 쿠션이 나왔을 때 왼쪽으로 돌리는지 오른쪽으로 돌려 치는지
겐세이 당할 때와 겐세이 했을 때 내 표정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한 내 모습까지도 기억하는 남자
같이 쳤던 한강 당구장의 당구 다이가 여섯 개인지 일곱 개인지
그때 우리를 조용히 보았던 주인 남자가 사백 쳤는지 오백 쳤는지
우리 동네 삼류당구장 정기 휴일이 혹시 첫째 셋째 월요일에 쉬는지
아니면 둘째 넷째 월요일에 쉬는지 그걸 기억할 수 있을까
내가 모르는 날 일깨워 주듯이 볼 때마다 새로움을 주는 사람이면
그 어떤 능력보다도 소중하지요 별 걸 다 기억하는 남자
내 개인 큐대에는 파란 쵸크 칠했는지 빨간 쵸크를 칠했는지
우라는 시네루보다는 두께를 맞추는지 두께보다는 시네루인지
그런 사소한 것까지 다 기억을 한다면 얼마나 피곤할까 생각하겠지만
아주 가끔씩만 내게 일깨워 준다면 어때요 매력 있지 않아요
어릴 적 영화 허슬러 주인공인 톰 크루즈는 전공이 포켓볼인지 쿠션인지
만화 주인공 날제비가 왼손으로 친 이유는 사고나선지 원래 그런지
식스볼에서 내가 초구를 칠 때 검은 공 치고 포기 하는지
아니면 검은공을 치고 쫑을 보는지 그걸 기억할 수 있을까
나를 둘러싼 수많은 모습과 내 마음 속에 숨은 표정까지도
모두 나만의 것으로 이해해주는 별 걸 다 기억하는 남자
지난 겨울에 내가 즐겨 쓰던 방법이 오마우신지 기레까신지
그게 뽀록이였는지 진짜 실력인지 기억할 수 있을까
내가 처음으로 삼백으로 올려 친 날 당구장에서 흐르던 노래가
목포의 눈물인지 빈대떡신사인지 기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