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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에 안드는 인터넷사용자들

1999년 11월 16일

이 글은 웹사이트 9to6(http://www.9to6.co.kr)의 칼럼란에 썼던 글입니다.

지가 미리 말씀드렸다시피, 별루 잘 만들지는 몬한 홈페이지를 하나 맹글어서 운영한지가 얼추 2년 가까이 되갑니다. 그동안 메인 페이지 히팅수만 34만이 넘었으니까 정말 많은 사람이 제 홈을 왔다리 갔다리 했다고 볼 수 있겠죠.

뭐… 의례적인 말이나마 좋은 말씀해주고 가시는 분들이 많지요. 많은데…
꼭 이상한 사람들이 있더란 말임다…
어케 이상하느냐…
네… 지금부터 그 얘기를 할라 그럽니다…

첫번째, 꽁짜 너무 좋아함다.

꽁짜 좋아하는 거야 일반적인 성향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자기가 얻은 정보에 대해서 정당한 댓가를 지불하는 것조차도 싫어하는게 특히 한국 네티즌들의 특성임다. (아니라고 생각하심까?)
인터넷에서 무료로 계정을 준다… 멜을 준다… 이거는 다, 광고 수익이 있다는 전제하에서 그러는 것 아니겠쉬미까? 예를 들어 케이비에쑤는 광고를 안하는 대신 (2티뷔는 왜 광고를 하는데 쒸…) 시청료를 받지만, 다른 방송국들은 광고 팔아서 먹고 사니까 이용자들로부터 돈을 안받는 거 아니겠쒸미까?
거렇다면, 세상에 진정한 꽁꼬는 없다… 라는 대명제에 누구나 동의할 수밖에 없다면, 돈으로는 한 푼도 안내는 꽁꼬지만 광고를 봐준다거나 하는 응분의 보답은 해줘야 상식적인 거 아닙니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론 광고를 너무 지나치게 요구하는 거… 이런 거는 저도 사용자 입장에서 솔직히 귀찮고, 짜증날 때 있습니다만… 제 생각에는 절이 싫으면 중이 그냥 떠나면 될 걸 가지고 “왜 이렇게 광고를 자꾸 띄우는 거냐” “왜 내 신상에 대해서 속속들이 물어보는 거냐” 라며 화를 내는 사람들이 보기보다 많다는 겁니다.
뭔가를 공짜로 쓰면서 최상의 서비스를 요구하는 거는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 아닐까요?

두번째, 익명성을 너무 잘 이용한다.

하루에 이메일로 편지가 몇 통 날라오는데… 종종 있지요… 이런 메일…

바보야 조또 재미없어… 약오르지… 니미 좃까 씹생아… 하하하…

쫓아가서 패죽일 수도 없고 말이지…
제 개인 홈의 방명록이나 멜로 이따위 글이나 보내주는 놈들은 인터넷에서 아주 영구 추방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됩니다만, 기술적으로 불가능할테고…
(이 글을 쓰고 있는 도중에도 제 방명록에 자신을 “천재”라고 밝히신 분이 “바보야 엿먹어라~” 이런 고마운 글을 남겨주셨네요)
전세계 수만 홈페이지 중에 미미한 존재에 불과한 제 개인 페이지가 이 지경인데, 이름 있는 사이트들은 어떻겠습니까?
동아 조선 중앙… 이런 일간지 홈페이지를 찾아가서 흔히 말하는 “자유토론장”을 한번 가보시죠… 개싸움도 그런 개싸움이 없습니다… 아이디가 공개되는 PC통신에서도 물론 그런 개자식이 심심찮게 나옵니다마는 거기서는 두세 개의 아이디를 바꿔가며 자신을 은폐하는데… 인터넷은 그런 것도 없겠다 아주 맘대로 까발려서 욕만 퍼붓고 가더군요… IP 추적이 어케 가능해도 추적해보니 겜방이더라… 이러면 누군지 알아낼 방법도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나라가 뒤숭숭하고 욕하고 싶은 게 많은 심정이야 이해가 가겠습니다만, 암에푸 직격탄을 맞고 백수로 전전하던 저에게 이런 멜을 쌔린 놈들은 도대체 뭐하는 노무시키들일까요?
한 놈이라도 잡히기만 하면 아가리를 찢어놀랍니다.

세번째, 부당한 권리를 종종 내세운다.

앞서 얘기한 꽁꼬지상주의와도 조금 통하는 얘긴데 자세하게 떠벌리고 싶어서 따로 항목을 뺐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지만 (어쩌면 제대로 된 일인지도 모르지만) 인터넷에서 제법 자세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는 사이트들은 대개 개인이 만들었거나 자본이 약한 벤처기업들의 것입니다. 대기업들은 별루 유용하거나 쓸만한 사이트를 갖고 있지 못한 것이 분명한 현실입니다.
대기업을 욕하겠다는 게 아니고 (갸네들은 오프라인으로 할 일이 많으니께…) 그만큼 인터넷에서 괜찮다 싶은 사이트들은 운영에 취약점이 많다는 뜻입니다. 돈이 남아돌아서, 시간이 남아돌아서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요. 그런데 사람들은 꾸준한 업데이트와 지속적인 변화를 사이트에 요구하죠. 하지만 그 사람들은 그 사이트를 방문해서 아무런 댓가도 치르지 않고 맘에 드는 정보만 팍팍 얻어갑니다. 그것만으로 만족해줘야 되는 거 아닐까요? 사이트의 운영자가 낼모레 군대가는 대학생일 수도 있고, 하루종일 직장에서 시달리다가 겨우 저녁에 짬을 내서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회사원일 수도 있습니다.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것도 그냥 취미활동이지 이걸루 돈을 벌어보겠다거나 하는 욕심은 없는 사람이 태반입니다. 그렇다면 격려를 해주고, 용기를 불어넣어주는게 좋지 이건 뭐 이러냐… 자료가 형편없구먼… 이런 식의 질타를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네번째, 조급하고 게으르다.

쉽게, 편하게 앉은 자리에서 세계를 누빌 수 있는 것이 인터넷입니다만, 그 속에서도 너무 편안함을 추구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어서 한마디 합니다.
외국 사이트들은 텍스트 위주의… 그러니까 실용적인 정보 위주의 사이트들이 대부분인데 반해 우리나라 사이트들은 일단 이쁘게… 꼭 필요하지 않아도 불필요한 이미지들을 과다하게 사용해가며 사이트를 이쁘게 꾸미지 않으면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가 없답니다. 한국인의 미적 감정이 세계적이라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바로 옆 일본만 해도 그렇지가 않은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게 조급한 거랑 무슨 상관인교? 라고 물으신다면, 눈물의 씨앗이라고 말하겠어요~ 이게 아니고, 사람들이 글을 읽는 것은 싫어하고 그림으로 눈에 팍팍 집어넣어주지 않으면 그 사이트를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사실 그림은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인데 대부분의 인터넷 사용자들은 그림만 휘익~ 보고 사이트를 빠져나갑니다.
검색이나 인덱스를 넣어서 원하는 자료를 나름대로 찾기 쉽게 해놓았어도, 역시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그런 기능조차 쓸 줄도 몰라서 여기저기 한두 번 쑤셔보고 자료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정말 허다합니다. (제가 아는 어떤 사람은 인터넷을 제법 썼다고 자부함에도 불구하고 롯데 그룹은 홈페이지가 없다고 끝까지 우겼답니다요. 아무리 검색해봐도 안나왔다나… 로떼로 검색한 거 아녀?) 원하는 정보나 자료가 마우스를 두어 번 클릭해서 눈에 보이지 않으면 그냥 빠져나가는 겁니다. 무엇이 한국인을 이렇게 조급하게 만들었을까요.

네티즌이라고 별 특이한 사람은 아닐 겁니다. 어쩌면 이거는 일반적인 한국인의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외국 배틀넷에서의 한국인의 무례함도 이미 여러차례 얘기가 나온 바 있지 않습니까? 뭐 제가 외국 네티즌들을 만나본 적이 없으니 절대적이라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하여튼 이런 한국 네티즌들의 모습이 뭐 별로 좋아보이지는 않습니다. 21세기가 오기 전에 과연 고쳐질까요? 에? 형씨?

…저부터 고치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