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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드센스에 대하여

2007년 8월 14일



인터넷의 대세가 블로그로 완전히 넘어가버린 뒤
(언제 또 새로운 무언가가 튀어나올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검색을 통해 누군가의 블로그를 찾아가보면
정작 내가 보거나 읽고 싶었던 글/컨텐츠보다
상당히 자주 뭔가 지저분한 것들이
나를 먼저 반겨주곤 하였다.
뭐가 이렇게 지저분해? 하면서 자세히 읽어보면
광고다.
블로그 내용과 관련있는 광고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데
관련이 있고 없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광고라는게 중요한 거다.

이게 요즘 블로거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있는
“애드센스”라는 개인블로거용 광고인데
(정확히는 구글에서 하는 서비스명이 애드센스이고
다른 회사에서 비슷한 서비스를 다른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애드센스가 워낙 유명하니 애드센스로 통일하여 사용하겠음)
블로거들이 자기 블로그에 스크립트를 삽입하면
광고서비스업체에서 무작위(카테고리분류는 있는 걸로 알고있음)로 광고를 띄워주고
그 광고를 블로그 방문자가 클릭하면
클릭수만큼 일정금액을 블로거에게 나눠주는
뭐 그런 형태라고 한다.
한번 클릭에 얼마나 주고 그래서 유명블로거들이
얼마나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좀 심하게 말해서 개나 소나 이 애드센스를 달고 있다는 것쯤은
검색 한두 시간만 해봐도 금방 알 수 있는 사실.

애드센스를 달고 있는 블로거들이 변명(?) 비슷하게 하는 말들을 들어보면
“많이 버는 것도 아니고 용돈 정도다.”
“일부러 블로그에 상업성을 띄려는게 아니다.”
“기왕 방문객들 오는 건데 수익성을 좀 추구하면 안되는 거냐?”
뭐 이런 것들.
솔직히 말하면 블로그에 광고 달아서 떼돈 벌겠다고 눈이 시뻘개진 사람이라고 해도
내가 뭐라고 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고
또 뭐 그렇게 사는 게 나쁘다, 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단순하게 나는 멋도 없는 광고를 덕지덕지 발라놓은 블로그가 보기 싫을 뿐이지
광고가 있고 없고는 사실 크게 문제되지 않다는 생각.

그럼, 광고를 이쁘게 달아놓으면 상관없다는 뜻이냐?
물론이다.

하지만 광고가 이쁘다는 뜻이 포털사이트에 올라오는 플래시배너광고들처럼
현란하게 번쩍번쩍거리는 모양새를 말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번쩍거리는 플래시배너를 텍스트광고보다 열 배쯤 싫어할 거다.

그렇다면 도대체 뭐가 이쁜 광고라는 거냐?
내 입장에서는, 내 눈에 안띄면 이쁜 광고다.
아니 눈에 안띄면 그게 광고로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없지 않느냐?
그건 내가 알 바 아니지.

사실 애드센스를 달아놓은 블로그들을 죽 둘러보다보면,
메뉴하단이나 본문하단 등에 광고를 배치시켜서
방문자가 내용을 읽는데 특별히 신경쓰이지 않게 잘 배치해놓은 곳 많다.
그런데, 특히 티스토리를 사용한 블로그에서 자주 보이는 문제인데,
본문의 상단이나 제목 바로 밑에 광고를 달아서
페이지가 넘어가자마자 광고 세 개부터 눈에 들어오게 해놓은 곳들이 부지기수.
까놓고 말하면 그런 블로그를 만날 경우 글에 대한 신뢰도부터 뚝 떨어진다.
“이 섀끼 돈벌라고 블로그질하는구나.”
“이 글도 사람 많이 꼬실라고 낚싯밥 던져놓은 거 아냐?”
이런 느낌인 거지.
그리고 그런 느낌 절반 이상 들어맞는다.

실제로도 애드센스라는 게 세상에 나온 이후로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사이트 소속 블로그에서나 볼 수 있었던 무차별펌글이
비교적 그런 쪽으로는 청정지역에 가까왔던 설치형블로그에도 광범위하게 퍼져나가고 있단다.
다른 글에서 언급한 적 있지만 우리나라 블로거들 늘어나고 홈페이지 늘어나봤자
실시간검색어 상위에 랭크된 문구 갖다붙여서 낚시성 글이나 올리는 블로거들만 바짝 늘었지
정말 제대로 고민해서 블로그질하는 사람들 얼마나 되나.
게다가 그렇게 좋은 자료를 갖고있는 블로그들은 검색해도 잘 나오지도 않는다.
수만가지 자료를 뒤지다가 우연찮게 하나 걸리면 줄줄이 딸려나오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아마 이 풍진 세상을 등지고 지들끼리끼리 노는 모양.

학생들이 작은 문집 하나 만들어도 학교앞 술집이나 문방구에서 협찬받아 광고싣는데
블로그에 달린 몇줄짜리 텍스트광고에 너무 까칠하게 군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렇게 이야기를 좀 돌려보려고.

내가 처음 홈페이지를 만들어서 나름 잘 나가던 시절
잘 알지는 못하지만 제휴를 맺자고 제안서를 받아본 적도 있었고
지금도 이해가 안가지만 모 회사로부터 보도자료를 받아본 적도 있고 그랬는데
그때 제휴 맺고 그랬으면 지금 왠만한 블로거들이 애드센스 달아서 올리는 수익 정도는 우습게 벌었을 거다.
단지 오래 가진 못했겠지-_-
그때 월급 50만원 받으면서 야근에 시달리던 상태라 나름 돈이 궁하다면 궁한 시절이었는데도
그런 제휴 다 걷어차버린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첫번째는 도대체 나한테 이런 제의가 들어온다는게 믿기지가 않아서 아무래도 사기 아냐? 라는 의심 때문이었고
두번째는 궁한 주머니 사정을 채워주기에는 금액이 그렇게 크지도 않았고
(눈돌아갈만큼 많이 준다고 했으면 사람 앞날 모르는 거다)
세번째는 내가 홈페이지 통해서 돈 맛을 봐버리면 이걸로 직업 삼는다고 미쳐날뛸까봐서였다.

요즘 인터넷을 돌아다니다보면 몇년전 PC통신이나 포털유명게시판 등에서 필명을 날리며 활동하던 사람들이
정식으로 기자나 칼럼니스트가 돼서 활약하는 걸 볼 수 있다.
(인터넷 말고 TV로 진출한 사람도 몇 있고)
혹 그런 거라면 모르겠지만
그냥 블로그나 홈페이지 끌어안고 이걸로 먹고 살아야지…가 돼버리면
디씨 같은 사이트 뒤지다가 재밌는 거 모으고 요약해서 올리거나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나 뒤져서 최신뉴스 긁어붙이는 인간밖에 더 되겠냐 말이다.
(요즘 인터넷으로 뉴스보다보면 기자라는 양반들도 저런 짓 많이 하더라만,
그래도 기자들은 그런 짓”만” 하지는 않는다는 점)
쉽게 말해서 발로 뛰고 머리로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오른쪽 집게손가락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되면 안된다는 거다.

물론 그 당시에는 지금같은 세상이 올 줄 당연히 몰랐으니
위에 써갈긴 것처럼 구체적으로 뭔가가 있어서는 아니었지만
내가 이 홈페이지에 매몰되면 안된다, 라는 기본적인 인식은 있었다.
그런데 만약 홈페이지에서 수익이 창출되면,
내가 왜 힘들게 나가서 일하면서 돈버나?
이렇게 될 가능성이 눈꼽만큼이라도 생기지 않겠나.

정말 단순하게 용돈이나 벌자, 라는 인식에서 출발했다가
광고수익에 피똥싸는 사람이 되지말자,
이게 쓸데없이 길게 주절거리기만 한 이 글의 주제가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