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스포츠채널이 안나와서-_-
생중계로 보지 못했지만
나의 팀 타이거즈가
무려 12년만에 페넌트레이스(정규리그) 1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아직 1경기 남아있긴 하지만)
12년 말이 쉽지. 1997년이면 내가 대학교 4학년이던 해다.
IMF 터지면서 내 인생도 꼬이고 타이거즈 성적도 꼬인 건가.
1997년 정규리그 1위,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둔 뒤 (1996년에 이은 2연패)
이종범이 일본으로 떠나자 그 다음해 5위로 추락.
그 다음해에는 이강철, 이대진 투톱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7위로 추락.
2000년에는 1998년에 터졌던 모기업 해태제과의 부도 여파가 강하게 미치면서
삼성 감독으로 옮기기로 다 결정나있었던 코끼리 김응룡 감독을 억지로 눌러앉혔지만
심통이 난 김응룡 감독은 겨우 부상에서 돌아온 이대진 어깨만 도로 아작내놓고 이듬해 발랑 삼성으로 떠나버리고
2001년 겨우 기아자동차에서 팀을 인수해 재정난은 타개했지만
김성한 -> 유남호 -> 서정환으로 이어지는 감독들이 줄줄이 성적 부진으로 중간경질당하면서
해태 타이거즈 역사상 한번도 해본 적 없는 꼴찌도 두 번이나 해보고
참으로 더럽고 한심한 12년을 보냈다고 말할 수밖에 없겠다.
누구는 김대중 대통령 당선으로 호남의 한이 풀리면서
타이거즈가 빌빌거리기 시작했다고도 우스개삼아 얘기하지만
(실제로 80년대 무등야구장에서는 ‘김대중’을 외치는 소리 심심찮게 들렸었고)
이게 우스개가 아닌 양 한나라당 정권이 들어서니까 타이거즈가 1위도 해보는구나.
(물론 정권 탓이라면 작년에 1위 했어야겠지)
노무현 김대중 다 떠나고, 이젠 정말 80년대처럼 타이거즈 우승하는 것 말고는 호남사람들 웃을 일이 없겠네.
대통령이 잃어버린 10년 운운하더니 적어도 타이거즈는 잃어버린 10년 되찾긴 되찾았구먼.
그동안 기아타이거즈로 바뀌고도 포스트시즌에 네 차례 진출했지만
2위로 플레이오프를 치른 2002년에는 김성근의 LG에 말려서 2-3으로 탈락,
줄곧 리그 1위를 달리다가 막판에 뒤집힌 (올해도 사실 이럴 뻔;;;) 2003년에는 현재 기아 감독인 조범현의 SK에 말려서 0-3으로 탈락,
턱걸이로 4위에 들어 준플레이오프를 치른 2004년에는 두산한테 0-2로 탈락,
역시 겨우 4위로 준플레이오프를 치른 2006년에는 투수진 부족으로 (김진우 그레이싱어가 그렇게 잘던졌는데… 3선발이 없어서ㅠㅠ) 아쉽게 1-2로 탈락했으니
한국시리즈 진출은 12년만.
진출에만 만족할 수는 없으니 반드시 우승을 차지해야지.
…라고 하지만 현재 팀 구성으로는 사실 단기전에서 SK나 두산을 만났을 때 풀어가기 쉽지 않다는 점.
(롯데라고 쉽겠냐마는;;;)
구톰슨-로페즈-윤석민-양현종의 4선발을 돌려서
불펜을 최소화하는 대범한 작전을 쓰는 게 좋다는 생각인데
사람들은 양현종을 불펜으로 돌리는게 좋다는 주장이 우세하고
뭐 어떻게 할지는 조뱀 감독 맘.
다 좋은데 제발 큰 경기라고 쫄아서 말도 안되는 실수만 하지 말자.
특히 클러치에러의 귀재 김상현하고 올해 신인인 안치홍.
로페즈는 흥분하지 말고 윤석민은 아프지 말고 구톰슨은 지치지 말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8월처럼만 하자.
누가 타이거즈를 잡을 수 있겠나.
똥 마려운데 굳이 앉아서 이딴 글 끄적이고 있는
시대가 썼습니다.
저도 타이거즈 팬인데요 ㅎㅎ 정말…믿을 수가 없네요 ㅎㅎ 너무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