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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이야기] 홈페이지의 진화 – 웹프로그래밍, 그리고 블로그

2004년 1월 26일
CGI와 PERL에 대해서 공부하다

홈페이지를 뚜적거리면서도 “어쩔 수 없이” 게시판이나 방명록 등은 무료로 제공해주는 (그래서 광고창깨나 달리는) 것들을 써야했다. “어쩔 수 없이”란 말은 그때만 해도 CGI를 직접 지원해주는 계정은 거의 없었고, 지원해준다 한들 내가 게시판이나 방명록을 만들어낼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앞서도 말했던 그놈의 ‘사투’ 끝에 NEW21.NET으로 옮긴 후, 여기서 CGI를 지원해준다는 말에 호기심이 동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보기싫은 광고창 같은 거 뜨지 않고, 디자인도 좀더 내 맘에 들게 확확 바꿀 수 있는, 그런 게시판을 내가 만들어서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정작 CGI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한 곳은 게시판이나 방명록이 아닌 “영화음악실”이었다. 영화음악이 한 곡 두 곡 늘어나더니 어느새 내가 감당할 수 없을만큼 양이 많아져 1,000곡에 육박하다보니, 방문객들에게 검색 기능을 제공할 필요가 있지 않겠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NEW21.NET에서는 당시 걸음마 단계 정도였던 PHP+MySQL 서비스를 하고 있었는데 그건 잘 모르니까 패스하고,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봐도 쓸만한 자료를 찾기 힘들었었다) C는 조금 할 줄 아니까 C랑 많이 비슷하다는 PERL로 영화음악을 DB화해서 검색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구상하였다. 구상만 하고, 실제 소스는 어디서 회원관리하는 공개소스 하나 훔쳐다가 있는대로 뜯어고쳐서 만들었지만. 나중에 모 일본 사이트에서 <건담 퀴즈>를 운영하는 것을 보고 거기서 PERL로 된 소스를 다운받아 고쳐서 내 홈에 올려놓기도 했다.

PHP와 MySQL을 공부하다

인터넷사이트를 만드는 회사로 직장을 옮긴 뒤, 그곳에서 같이 일하는 프로그래머들이 PHP+MySQL을 쓰는 것을 보았다. 저거라면, 내 홈페이지 계정에서 지원해준다는 그거 아닌가…? 싶어서 그 프로그래머들한테 이것저것 물어보다보니 이게 썩 괜찮은 것 같았다. 백화점에 있을 때 ASP를 쓰는 것을 보았었는데, 보기에 제법 쉬워보였지만 그때는 배울 엄두도 못냈었는데 PHP도 ASP와 비슷한 부분이 많아보였고, 최소한 영화음악실 하나 만들어놓고는 지쳐서 손놓아버린 PERL보다는 훨 쉬워보였다. 그래서 아싸리 처음부터 다시 배워보자는 생각으로 (리눅스가 아닌 윈도우 기반이었지만) 내 컴퓨터에 아파치도 설치해보고, PHP와 MySQL도 설치해보았다. 그리고 내 컴퓨터를 아파치 띄워서 로컬서버로 만들어놓고는 이것저것 테스트하다보니 야 이것, PERL로 만들 때는 계정에 올려놓고나서야 제대로 돌아가는지 테스트해볼 수 있었는데 그때와는 질이 다르지 않은가. 우선 영화음악실을 PERL에서 PHP+MySQL 기반으로 바꿔버렸고, (바꾸기도 쉽더라) 게시판/방명록도 PHP 공개소스 구해다가 내 맘대로 뜯어고쳐서 계정에 올리고, 카운터도 역시 PHP로 된 공개소스 구해다가 바꿔버렸다. 여전히 남의 것을 가져다쓰는 것이긴 하지만 예전처럼 광고창 달리지는 않으니 그 얼마나 좋으랴. 결정적으로 PHP에 대해서 제대로 배우게 됐던 것은 <건담 퀴즈>를 기존의 PERL로 된 소스에서 PHP로 된 소스로 바꾸려고 마음먹으면서부터였다. 처음에는 다른 것들처럼 유사한 소스를 다운받아 고쳐보려고 했지만 찾는데 실패했고, 결국 처음부터 내가 다시 만들어야했다. 그때 평소에는 신경도 안쓰던 쿠키니 세션이니까지 다 공부해서 적용시키느라 한 달 정도 잘 날려먹었었다.

블로그 열풍, 변화하는 내 홈페이지

최근 홈페이지는 블로그(BLOG)라고, 제로보드 같은 게시판 프로그램을 깔아서 게시판 위주로 운영하는게 대세가 되었다. 지금까지는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사람이 HTML 문서로 일일이 코딩해서 FTP 등으로 계정에 업로드해야 비로소 홈페이지 업데이트가 완료되었는데, 이제는 제로보드 같은 프로그램만 한번 제대로 설치하면 그다음은 – 프로그램 특성상 어느 정도의 제한은 있겠지만 – 자기 입맛대로 쉽게쉽게 모양도 바꿀 수 있고 컨텐츠 업데이트도 훨씬 쉽게 가는 쪽으로 바뀌어가는 셈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반가운 면도 있다. 인터넷 속도가 느려서 이미지 대폭 줄이고 거의 텍스트 만으로 이루어진 홈페이지를 6년 넘게 운영해오면서, 나름대로 이렇게 ‘읽을거리 많은’ 사이트에 애착도 갖고 있었고 반대로 인터넷이 온통 화려한 그래픽과 현란한 플래시로 도배되어가는 것이 약간 짜증스러운 면도 있었는데, 돌고 돌아서 어느새 다시 ‘읽을거리가 많은’ 사이트가 대세가 되었으니 어찌 아니 기쁠소냐.
제로보드(나 그 유사제품)가 처음 나왔을 때 그 유용성에 혹해서 내 홈페이지도 제로보드로 싹 갈아버릴까 생각도 했었더랬다. 하지만 몇년간 써왔던 글의 양이 만만치않아 그거 다 일일이 옮기기 귀찮아서 포기했었는데 (그때 바꿨으면 더 쉬웠을텐데… 지금은 더 힘들어졌다) 최근 블로그 열풍을 보면서 나도 좀더 관리하기 쉬운 홈페이지로, 유동성있는 홈페이지로 변화시켜보려는 욕구를 자주 느끼게 된다. 그래서 그동안 썼던 글들을 – 내용은 HTML문서 그대로 있지만 – 목록만 DB화해서 하나 새로 올릴 때마다 링크 일일이 추가해줘야했던 수고로움은 덜기로 했고 (DB에만 업데이트해주면 자동으로 되도록…) 홈페이지 메인화면도 DB를 활용해서 업데이트 상황과 목록들을 볼 수 있도록 하나씩하나씩 바꿔나갔다. 2004년 1월 현재 내 홈페이지는 컨텐츠들은 전부 내가 직접 HTML 문서로 코딩해서 만들고 있지만 그 컨텐츠의 목록들은 거의 DB화하여 관리하는 상태인데, 다른 홈페이지들처럼 HTML 문서 다 없애버리고 완전 블로그화 해버릴 생각도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작업량이 만만치 않아서 아마 그건 점점 더 어려워질 것 같고, 블로그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강화하면서 – 그러면서 프로그래밍 공부도 더 하면서 – 운영하는 쪽으로만 방향을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