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대리일기 열두번째

[봉대리의 일기]

12/10 (금) 애매꾸리한 날씨…

12월하고도 10일이 되었도다.
눈도 제대로 내리지 않는 겨울이지만 어쨌든 새천년을 맞이해야될 때가 왔나보다.
연말이 다가오니… 연하장을 뿌려야되겠군.
학교 다니는 철모르는 시절에는 연하장 뿌리는 것도 하나의 재미였는데
회사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이게 정말 신경쓰인다.
별 것도 아닌 이거 한 장 안보냈다고 찍혀봐라. 꼬인다.
정작 받으면 제대로 읽어보도 않을 거면서 안받으면 되게 섭섭해한다.
섭섭… 흥 그정도면 다행이지…
외부거래처야 그럴 수도 있다치는데… 피 부장… 저 색기는…
부하 직원들이 연하장 보내면 명단 체크해놨다가 안보낸 부하 갈구는 걸로 유명한
놈이다…
이제는 하도 유명해져서 피 부장에게 연하장 안보내는 멍청이는 없지만…
받아먹는게 만성이 되면 다음엔 질을 따질지도 모른다.
그게 자꾸 신경이 쓰여서 피 부장한테 보낼 연하장은 한번 더 고르게 되고…
별 것도 아닌 걸로 사람 피곤하게 만드니… 짜증난다 진짜.
올 연말에는 스머프에서 나오던 폭탄소포나 보내버릴까부다.
내가 총대를 메고 회사의 민주화를 이끌어봐?
말만 이렇게 하지 오늘 젤루 멋진 카드 하나 피 부장껄로 꼬불쳐놨다.
드러운 세상… 퉤!!

[피 부장의 일기]

12/10 (금) 날씨 조깠네…

회사 이름으로 보낼 연하장이라며 총무팀이 샘플을 보내왔다.
뭐 내가 보면 이쁜 건지 뭔지나 아나. 색약인데.
하여튼 동양화 냄새가 물씬 풍기는 연하장을 보니 세밑이라는 실감이 난다.
올 연말에도 동양화나 쪼면서 시간을 보내야겄지?
쩜 천원 선에서 해결해야지 요즘 동양화로 지출이 너무 많아.
쩜당 원달러를 주장하는 해외영업팀 양 부장은 조속한 시일 내에 빼버려야된다.
동양화를 논하는 자리에서 딸라가 왠말이냐.
그러고보니 양 부장이 작년에 나보다 카드를 많이 받았다.
해외영업이라 외국에서 날라오는 카드가 얼마나 되겠냐 싶었는데
평소의 내 모습에 자극을 받았는지 해외지사까지 죄다 닥달을 해서 부하직원들한테
카드를 긁어들였다.
그러구서도 양심에 안찔리나? 라구 물어봤다.
물개지! 라고 대답하더군. (물개:물론이지 개새끼야 의 준말)
올해도 양 부장과의 피할 수 없는 한판 대결이 기다리고 있군 흐흐흐…
우리는 이런 걸로 조직을 얼마나 장악하고 있는지를 따지기 때문에 이거 피가 마르는
싸움이다.
봉대리 놈이 요즘 쌓인게 많을텐데 폭탄소포 같은 걸 보내지 않을까?
하여튼 요즘은 소포 받으면 깜짝깜짝 놀라는게…
몸조심해야지 에구…

SIDH’s Comment :
봉대리일기를 다시 읽어보다가
이무렵 내 머리가 제법 창창하게 돌아갔구나, 라고
혼자 감탄했던 부분.
하긴 당시에 “물개” 비슷한 방법으로 말을 줄여쓰는게 유행이긴 했다.
지금 유행하는 줄임말과 달라진게 있다면
그때는 줄여도 원래 있는 단어를 선호했다면
요즘은 말이 되거나 말거나 줄여버린다는 정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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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Response

  1. 접속자 말해보세요:

    이젠 누가 물개 보고 저게 뭐냐고 물어도 쉽게 대답 못할거 같네요. 물개를 물개라고 못하니, 길동이 심정이 이해되는군요. 재밌게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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