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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대리일기 마흔다섯번째

2007년 8월 5일

[봉대리의 일기]

1/21 (금) 날씨 조코.

금요일 = 술먹는 날.
요즘 이 당연빠따인 공식을 거의 잊고 살았다.
돈이 없어서?
건강이 나빠져서?
인간관계가 흐트러져서?
천만에…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였다… 오호 통제라…
그래 오늘은 마음 다져먹고 술약속을 잡았다.
오랜만에 대학 동기들과 쏘주를 빨았더니 기분 째지더군.
소식 끊어진 줄 알았던 친구놈들 소식도 듣고…
어이 봉달중.. 안성기 소식 들었어?
영화배우 안성기?
미친놈… 우리 동기 안성기 말야… 노자지…
아 노자지… 노자지가 뭐 어떻게 됐는데?
갸 성기물산 다녔잖아… 얼마전에 관뒀다네…
성기물산을 나왔어? 이름부터 찰떡 궁합이라고 다들 그랬잖아?
이상한 부장하고 트러블이 생겨서… 못버티고 나왔다네…
이상한 부장?
어… 뭐 싸이코 비슷해갖구… 조폭 대가리 같이 굴더래… 그래 퇴직금
조금 받은 걸루 내 사업이나 해보겠다고 나왔다더라…
피부장 같은 놈이었나 보군.
인터넷 관련 사업이라던데…
오.. 짜식이 벤처에 뛰어들 모양이지?
몰라 자세한 이야기는…
인터넷… 인터넷이라면 나도 마인드가 꽤 괜찮은 편인데 말이쥐…
나도 피부장 꼴보기 싫은데 확 들이받아불고 퇴직금 받아서 성기 녀석하고
사업이나 해볼까?
생각만 할뿐…

[피부장의 일기]

1/21 (금) 맑음

모처럼 대학 동기들하고 술자리가 있었다.
이 나이가 되니까 정말 모이기 힘들다. 세월이 많이 흐르다 보니 벼라별
놈들이 다 있다.
나처럼 회사 생활하는 놈이 많긴 하지만… 어줍잖은 자기 사업 하는 놈도
있고… 부동산 하는 놈도 있고… 마을버스 운전하는 녀석도 있는데
오늘 나오지는 않았다…
동기들 중에 유일한 이사인 최용달 자식이 뻐기는 꼴 보기 싫어 조용히
양주만 빨았다.
야 피칠갑… 너 거기서 뭐해… 한잔 하자구…
학교 다닐 때 마당발이었던 녀석이 지 술잔 들고 내 옆으로 다가왔다.
이놈이 지금 어디서 영업부장 하던가? 술은 고래가 다 됐던데.
피부장 혹시 우부장 소식 들었어?
우부장? 우중춘이 말하는 거야?
어 우중춘이… 성기물산 부장하는…
몰라 뭐… 잘 다니겠지… 성기물산 좋잖아 이름부터…
아 근데… 거기 뭐 부하로 있는 대리 하나 우부장 들이받고
나갔다잖아… 그바람에 지금 상당히 위기에 몰린 모양이더라고…
들이받고 나가?
아 별것도 아닌게 툭하면 개기고 뺀질거리고 그러더니… 못살겠다고
사표쓰고 나가면서 이게 앞에서 한번 들이받고… 인사팀에 투서 던져놓고
나갔다는 거야… 그동안 우부장이 회사 공금을 유용했네 어쨌네 하는
말도 안되는…
뭐? 우중춘이처럼 우중충한 녀석이 그런 짓을 했을리가 있나?
그러게 말야… 뭐 별것도 아냐… 팀 운영비 가져다가 교통비 좀 쓰고
그런 것 갖구 그런 모양인데… 다 그러는 거지 뭐… 그런데 시기가 안
좋았던게 성기물산 사장이 얼마전에 뇌출혈로 쓰러져갖구 새파란 아들노미
사장 대리라구 앉아있는데… 이게 원칙만 따진다는 거야…
조땠구만.
조땠지. 그래서 해명 보고서 올리고 팀내 대책회의 하고 그러는가
본데… 어우 밑에 애들 눈치보면서 일할 수도 없고 말야… 불안해…
그리고 기분도 드럽고…
음… 이 자식 말을 듣다보니 봉대리가 자꾸 생각났다…
이 놈이 다행스러운 거는 용기가 없어서 성기물산 그 대리라는 놈처럼
행동으로 뭔가 보여줄 소지는 적은데…
오히려 빛나는 날라차기의 황대리를 조심해야…
어쨌든 두 놈 다… 막다른 골목으로는 몰지 말아야겠다… 물릴지도
모르니…
엥잉…. 괜한 소리 들어서 비싼 양주맛만 없게 해….

SIDH’s Comment :
금요일=술먹는날.
오랜만에 이 공식 좀 지켜보려다가
주말에 죽는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