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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대리일기 예순두번째

2007년 10월 21일

[봉대리의 일기]

2/22 (화) 앗! 날씨를 몬봤다!

얼마나 열심히 일했으면 창밖을 쳐다볼 여유조차 없었을까.
동정받아야 된다.
피부장에 버금가는 호색한, 조과장이 예쁜 뇨자신입사원에게 잘보이기
위해 사무실 사람들을 빡씨게 돌렸던 것이다.
조같은 자식… (순하게 썼는데 찐하게 읽을 것)
아침에 회의만 3시간… 점심시간 직전까지 풀로 채우고…
(태어나서 이렇게 영양가 없는 회의는 처음이었다. 아무래도 피부장보다
조과장을 짜르는게 회사에 더욱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느닷없이 담당업무 계획실천보고서를 오늘 퇴근전까지 만들라는 게
아닌가.
그러구나서 지는 피부장한테 소개시켜준다고 모주라 씨 데리구 날라
버렸다.
새해가 시작되고 아직 봄도 안왔는데 이노무 계획실천보고서는 벌써
몇번째여?
아주 삭신을 녹여버릴 정도로 뽑아내야 올해가 갈라나?
…올해가 가면 내년에도 또 계획실천보고서를 써야되겠지…
빌어먹을 회사 같으니…
업무일지 매일 쓰고, 주간업무보고 매주 하고, 틈날 때마다 계획실천
보고서 올리고, 분기 반기마다 계획실천보고서 올리고, 연말에 다시
보고서 올리고… 무슨 보고서 올리다가 회사 일 다 해먹을 거냐고.
내가 열받을 이유가 없다. 빨리 노자지의 벤처기업으로 튀어야지.
이 자식이 www.goza.co.kr 도메인을 잡았다던데 무슨 사업을 하려는겨?

[피부장의 일기]

2/22 (화) 몰라 썅…

골드컵 예선 탈락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아 병원에서 시름시름 앓고
있었다.
가끔 쳐들어오는 아줌마 간호사 부대의 거친 태클 때문에 눈물 흘리기
어언 일주일…
오후에 조과장이 새로 온 신입사원이라고 깔따구를 하나 차고 왔다.
엇! 쌈빡한데!
죽이는단란주점 미스 김보다 훨 삼삼한걸!
담주부터 출근하면 회사에 꽃바람이 불겄구먼!
어제부로 저희 사무실에 온 모주라 씨입니다.
안녕하세요 모주라입니다.
뭘 준다는 얘길까?
궁금하긴 했지만 어쨌든 웃는 낯으로 악수를 했다. 아따 손도 뽀송뽀송
하구만~
잘 부탁합니다. 열심히 일해주세요.
네 부장님.
신입사원도 왔으니 신고도 할 겸 회식을 하려고 했는데 부장님이 누워
계셔서…
신고?
죽이는단란주점 미스 김은 새로 왔다고 신고한다며 홀딱 벗고 마카레나
췄었는데.
아가씨들 신고가 다 그런 거 아닌가?
야 회식 미뤄 썅… 내가 퇴원할 때까지 신고 받으면 안돼!
여부가 있겠습니까…
조과장이 전에 없이 깍듯하게 고개숙여 인사하는데…
난 이 자식이 혹 내 침대 시트에 오바이트 쏠까봐 걱정하고 있었다…
빨리 나아서 신고받아야지~

SIDH’s Comment :
첫 직장에서, 여자대리님 한 분이 전입(?)을 오셨을 때,
부장 차장 과장님들이 모여서 하는 농담(이겠지…)을 들었었다.
새로 직원 왔으니 신고를 받아야지, 뭐 그런 얘기였는데
알다시피 신고라는 말은 일종의 군대식용어의 의미로 쓰이고,
그게 여자들한테 적용되면 더욱 이상하게 의미가 변질된다는 걸
그때는 몰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