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대리의 일기]
1/4 (화) 흐렸다 갬
사무실이 건조해지는 탓인지 눈이 자꾸 마르는 것 같다. 나도 혹시
접속에 나오는 전도연처럼 안구건조증일까?
…요즘은 전도연 얘기 함부로 했다가는 바로 분위기를 에로틱하게
바꿔버리기 때문에 조심해서 해야되는데…
일기쓰다가 에로틱해보기는 처음이로군…
하여튼 회사가 말이야… 사무실에 가습기 같은 거라도 설치해줘야
될 거 아냐…
그렇다고 뭐 석유곤로 같은 거 주고 때우는 건 아니지만… 하여튼
근무시간 딱 넘어가면 끊어버리는 히터 같은 거… 있으나마나다.
졸라 춥다.
히터 성능도 별루 좋아보이지 않는데 말이지… 툭하면 고장나고
쒸…
여름엔 정말 선풍기나 돌려주면서 말야… 겨울에라도 팍팍 돈 좀
써주면 어디가 덧나냐고요…
새해 새천년이 오면 뭘해… 회사가 이따위 짓거리를 하고 있는데
어느 병신이 몸바쳐서 충성을 하나.
안그래도 오늘 회사 노조에서 사내 복지 개선 어쩌구 하는 유인물을
돌리는데 환경개선안도 포함되있드라구.
올해는 노조에 열성적으로 참여해서 투사가 한번 되볼까?
아니다… 피부장이 옳다구나 하고 나를 전임노조원으로 만들어
버릴 지도 모르지…
아니야. 앗싸리 노조에 헌신했다가 정치계로나 나가볼까?
봉씨 성 가진 국회의원이 아직 한 명밖에 안나왔잖아… 이거이거
잘되면 가문의 영광이 될지도…
고민해봐야 되겠는걸…
[피부장의 일기]
1/4 (화) 흐렸던거 같음
사무실에 내 돈 들여서 가습기를 놓거나 해야지 돌아버릴 거 같아서
못해먹겠다.
자고로 울나라는 겨울에 건조하고 여름에 다습한 이상기후라, (내 맘에
안드니까 이상기후다. 따지지마라) 여름에는 그늘에 들어가 앉아도
땀이 증발하지 않아 덥기는 마찬가지고, 겨울에는 불을 때면 안그래도
낮은 습도가 더 떨어져서 사람을 빠짝빠짝 말려죽이는 나라가
아니던가 말이다.
가끔 돈많은 것들이 낭만이 어쩌구… 하면서 별장지어서 벽난로 때는
꼬라지를 보면 부럽기는 커녕 한심하기만 하다.
울나라에서 벽난로 때고 앞에 앉아있어봐… 얼굴이 퍽퍽 갈라질
거다…
잡설이고, 하여튼 그러한 관계로 예로부터 울나라 교실에서 조개탄
난로를 때면 대따시 큰 주전자를 올려놓아 습도를 조절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주전자 얘기를 잘못 하면 또 시말서를 쓸지도 모르는데…
종무식날 주전자 풍선 이후 사장이 조금 곤두서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감지되고 있어서… 특히 나에 대해서 아주 곤두서있더라구…
성도 주씨니 주전자 사장… 그냥 어울리잖아.
그 동생 주부사장… (띄어쓰기 잘해서 불러줘야 된다…)
그들의 조카던가? 총무팀 주차장… 요 트로이카가 우리 회사를
실질적으로 쥐고 흔드는 사람들인데…
몽땅 주전자에 콤푸렉스가 있나 왜 가습기 하나 설치 안해주는 거야
대체….
이따우 회사 때려치고 주전자 공장이나 요 앞에 하나 차릴까 부다.
회사 돈으로 가습기… 택도 없는 소리고…
요번달에 사무실 운영비라고 조금 나오는 거에다 아그들 돈 뜯어서
하나 사거나 해야겠다…
군대에서처럼 바닥에 물을 뿌려놓던지…
여름에 습하고 겨울에 건조한 대한민국 날씨.
내가 이 나라를 박차고 이민간다면 이 날씨가 크게 한 몫 할 거다.
유럽 같은 곳처럼 여름에 좀 건조해서 햇볕이 쨍쨍해도 그늘에 들어가 있으면 좀 살만하다던가 땀이 나도 곧장 증발해서 끈적거리진 않던가…
겨울에는 좀 눅눅해서 벽난로 같은 거 놓고 불을 때면 습도도 같이 내려가고 그런 이중효과가 있어야지 이건 불을 불대로 때고 가습기는 가습기대로 틀고…
서양식 기후가 아닌데 서양식 거주공간에 살다보니 이거 애로사항이 하나둘이 아닌 거다.
에이, 그저 알래스카 가서 이불 뒤집어쓰고 글이나 쓰는 게…
기온과 습도만 놓고 보면 미국의 샌프란시스코가 가장 좋더군요. 1년 내내 가을날씨니…그런데 지하로 단층이 지나가는 바람에 어쩌다 한번씩 큰 지진이 나는 게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