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봉대리일기 백일흔번째

2009년 3월 15일

[봉대리의 일기]

10/5 (목) 역시 맑음

IMF시대를 맞아 모방송국에서 “칭찬합시다”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한
이후…
아마 회사 사보나 사내 네트워크에는 이 “칭찬합시다”의 아류가
상당히 판을 쳤던 것으로 알고 있다.
아니나다를까 울 회사 사보에도 이 “칭찬합시다” 코너가 있다.
사원들이 돌아가며 하는 칭찬릴레이인데…
이게 비록 사보가 격주로 나온다고는 하지만 (책자가 아니고 신문
형식이라 4개면밖에 없다. 소식지지 뭐)
여태 이 칭찬릴레이에 기획팀이 낑겨들어간 역사가 없다는…
여기저기서 미움받고 있는 피부장 탓이라는 정설이 있긴 하지만.
기획팀이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부서인데 (이건 피부장 생각이다)
왜 칭찬을 해주지 않냐며 피부장 늘상 골이 나있다.
오늘 사보에도 고객팀 모 사원이 당당하게 얼굴을 들이밀고 있었고…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이 사원이 영선반의 용역아저씨를 칭찬했다는
소문이다…
오죽 사람이 없어서 형광등 갈아주는 아자씨가 선정되겠냐며 피부장이
거품을 무는데…
형광등 갈아주는 아자씨는 칭찬받음 안되나…?
어찌보면 기획팀이라는 업무 특성상 타 부서 사람들하고 접촉이 많질
않아서 그럴 수도 있는 법인데…
아침부터 사보 쪼가리에 거품무는 피부장을 보니 저 인간도 이제 별루
화낼 건데기가 없는갑다… 불쌍한 생각이 든다.

[피부장의 일기]

10/5 (목) 맑은가부지

아침 회의시간에 사장한테 충격선언 먹었다.
오늘 사보가 나왔다며 홍보팀 직원들이 회사 정문앞에서 사보를
(정확히 말하면 회사내 소식지지 뭐. 4장짜리…) 나눠주길래 받아서
책상에 놔두고 왔는데,
사장이랑 부사장은 회의시간에도 그걸 들고 있드라고.
우쒸 저번에도 사보 읽다가 회의시간에 사보에 나온 얘기를 화제로
올려서 “사보도 안보냐”고 쫑코먹었는데 X됐다.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의외의 곳에서 불똥이 튀고 말았다.
이번 칭찬합세다는 고객팀이네…?
네, 아주 성실하고 일 잘하는 직원입니다.
고객팀장이 얼른 고개를 팍팍 숙여가며 말했다.
허허 이사람, 그 친구 우리 부서 직원이 칭찬해준 거야. 한 턱 내라구.
맞받아친 사람은 지난 사보에서 칭찬 받았던 사원이 있는 영업2팀장.
그렇게 설왕설래 하다보니 우리 부서가 칭찬 몇번 받았느니… 이런
숫자 싸움이 되가고 있었다.
그런데 피부장은?
아니나다를까 나의 웬수 이사가 한꼬투리 잡았다.
기획팀은 칭찬받은 적 없나?
…하하하 ^^; 그게 말입니다. 저희 기획팀은 타 부서와 업무 협조가
별로 없는 편이라서 타 부서원과의 사적인 친밀감도 떨어…
인간관계가 나쁜 모양이구먼!!!
사장이 나의 변명을 한칼에 잘라버렸다.
변명이고 뭐고 칭찬받은 숫자로 서열 매기는 상황에서 어찌 됐건
아무도 칭찬받은 적이 없는 기획팀의 위상은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그래서 그런건지 회의시간에도 내내 뜯기고…
이를 박박 갈며 회의실을 나왔다.
담번 칭찬 쥔공은 형광등 갈아끼는 아자씨라지?
내 로비를 해서라도 담번 칭찬 주인공은 따내고 만다.

SIDH’s Comment :
아마 H백화점에서 저렇게 “칭찬합시다”란 이벤트(?)를 했던 게 기억나서 썼던 거 같은데…
벌써 10년전 이야기긴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경제도 어렵고 사는 것도 팍팍한 마당이니,
칭찬합시다, 같은 프로그램이나 다시 부활해보면 어떨까 싶다.
그러고보면 IMF 전후해서 오락프로그램 중에 공익적으로도 잘만든 것들이 많았네.
하긴 요즘은 뭐… 나라도 그런 거 안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