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대리의 일기]
4/26 (수) 비? 흐림?
오늘은 한일전 축구가 있는 날.
대망의 한일전을 앞두고 황대리가 주동이 되어 내기판이 벌어졌다.
이번엔 판돈이 크다. 만원빵…
전 직원이 다 달려들었기 때문에 먹는 돈도 예사롭지 않다.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이거 놓치면 평생 후회한다.
현재 일본에서 득점왕을 달리는 유상철이 스트라이커로 나서니까
분명히 1점 이상은 뽑을 것이다… 김도훈도 어디냐.
다만 김병지의 부상으로 골키퍼가 좀 약해진 듯한 느낌… 홍명보가
수비로 가담한다지만 그게 어디 맘처럼 되나…
역시, 2:1 한국 승리가 가장 확실해보였다.
내기판 현황을 보니 3:0 한국 패배도 있드만. 어느 매국노야.
떨리는 가슴을 안고 일찍 퇴근하여 (피부장이 훨씬 일찍 날라버렸기
때문에 뭐라고 간섭할 사람도 없었다) TV 앞에 진을 치고 앉았다.
오옷! 10여분만에 일본 수비 실수에 편승한 강철의 멋진 돌파!!!!
유상철에게 패스!~!! 그래 유상철 난 너를 믿었어!!!
슈우우우우우웃~~~~~~~~~~~!!!!
노고오오올~~~~~~~~!!!!
싸가지 없는 놈 내가 너를 믿은게 잘못이지.
전반전 전체적으로 유리한 경기를 펼쳤으나 하여튼 득점없이 끝났다.
게다가 김병지 대신 나온 김용대가 예상 외로 선전한다. 이러다가
0:0 무승부로 끝나는 거 아냐.
0:0에 표를 던진 황대리의 가증스런 웃음이 자꾸 떠오른다.
후반전!!! 그러나 왠일로 후반전에는 전반전에 비해 약간 수세에
몰리는 듯…
게다가 골은 못넣고 김태영이 퇴장까지 당하고….
1:0 패배를 선언한 변대리의 얼굴이 또 떠오르는 건 뭐냐….
그순간 하석주의 통렬한 왼발 중거리슛~~~~~~~~~~!!!!!!!!!!!!
고오리이이이이잉~~~~!!!!!!
그래 빨리 한골 넣고 한골 먹는거야!!! 빨리빨리!!!!
젠장맞을… 김용대 골키퍼 너무 잘한다.
결국… 1:0으로 끝나고 말았다…
아… 허무해…
이기기라도 했으니 망정이지 지고 틀렸으면 살맛 안날뻔 했다.
[피부장의 일기]
4/26 (수) 비는 안오고 흐리기만…
오늘은 한일전 축구가 있는 날.
황대리가 쭈삣쭈삣 나에게 다가오더니 종이를 한장 내민다.
뭔가?
예. 저희 회사 직원들이 이번 한일전 스코어 맞추기 내기를
걸었는데요, 하시겠습니까?
스코어 맞추기?
잠깐 고민을 해봤다. 신문기사에 따르면 이번에 유상철을 최전방에
내세운다는데… 갸는 워낙이 수비형 미드필더에서 골결정력이
좋다는 이유로 앞에 나선 애잖아. 최전방 공격수, 그것도 A매치에서는
잘 안통할 꺼야… 아무래도 득점력은 기대 이하고…
김병지가 빠지기는 했지만 김용대가 비록 올림픽팀에서라도 좋은
활약을 보여줬고… 언제나 홍명보가 제 컨디션을 발휘한다면 일본에게
대량 실점을 하지는 않을테니까…
나카타와 나나미가 시차문제에 컨디션 문제로 제 기량을 발휘 못한다고
봤을때…
한… 1:0 정도로 이기지 않을까?
내 1:0에 걸지. 얼마야?
만원빵입니다.
만원씩이나?
갑자기 불확실한 투자에 손이 오그라들었다.
이 사람들이 뭐 팔자 고칠 일 있어? 무슨 만원빵씩이야?
아유 재미잖습니까?
됐네. 자네들이나 해.
종이 휙 던져버리고 그냥 보던 신문이나 보았다.
….일기를 쓰고 있는 지금 시각,
나의 섣부른 판단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영문을 모르는 마누라는 다 늙어서 왠 주책이냐고 지랄이다.
씨바 몇십만원이 왔다갔다 했는데 지금…
월드컵 때도 많이 했지만 역시 한일전 축구 결과맞추기 내기는 항상 짜릿짜릿.
요즘은 한일전 자체가 별로 없고 한국대표팀이 골을 잘 못넣어서 그런지 그런 짜릿짜릿한 맛이 별로 없네.
8월이면 올림픽이 열린다니 그거 갖고나 내기 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