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대리의 일기]
8/7 (월) 뷔
지금은 뷔가 그쳤는데… 어째 비가 좀 재수없게 내려서…
점심 먹으러 갔다가 잠깐 은행에 들렀더니… 그 사이에
비가 좍좍 쏟아지더라구…
비 쫄딱 맞고 흥건하게 젖어서 사무실에 들어왔지…
비참하더만…
괜히 피부장의 웃음소리가 크게 들리고…
지네들도 쫌만 늦었으면 내 꼴 되었을텐데…
오늘은 난데없이 손으로 직접 글을 쓸 일이 생겨서…
A4지 반 정도를 볼펜으로 직접 써내려갔는데…
야… 그동안 내가 컴퓨터 타자에 익숙해졌다는 사실이
역력하게 드러나더군…
군대 있을 때 글씨 이쁘게 쓴다며 행정병으로 빼네 어쩌네
논란이 되었던 사람이 본인인데…
볼펜을 딱 잡는 순간 이질감이 느껴지더라구…
그러고보니 한 3년만에 장문의 글씨를 써보는 느낌…
한줄 딱 넘어가니까 손이 후들후들 떨리고…
글씨는 개발새발…
사람이 그렇게도 망가지더군…
퇴화가 별게 아니라는 사실을 절감한 오늘…
[피부장의 일기]
8/7 (월) 비 조금
오늘 밥먹고 들어오려는 길에 비가 조금씩 떨어지는 듯해서
서둘러 들어왔더니
멍청한 봉대리 녀석은 어디서 비를 쫄딱 맞고 늦게야 들어온다.
그래서 밥먹고 일찍일찍 들어오란 말야!!!
핑계삼아 점심에 또 한따까리 뒤집어줬다.
지금은 그쳤지?
오늘은 갑자기 협력업체 쪽에 장문의 이메일을 보낼 일이
생겨서
생전 장문이라고는 쳐본 적이 없었는데 컴퓨터로 타자를 치게
됐다.
흔히 말하는 독수리 타법으로 또박또박 치고 있는데…
젠장 느려터져놓으니 뭐가 되야 말이지…
손으로 쓰면 퍽퍽퍽 날라가는데… 아우 답답해…
야 봉대리… 이거 메일 좀 쳐줘…
라고 부탁해버리면 편한데… 내용이 좀 부탁하는 어투다
보니… 부하직원 보여주기에는 쫀심이 상해서…
눈물을 머금고… 다 쳐서 센드 누르고 보니 퇴근시간이 다
됐네.
저렇게 귀찮은 짓거리를 왜 자꾸 하라고 하는지 원…
디지탈시대가 밉다…
요즘은 사장 부장 이런 사람들도 왠만한 타자 칠 수 있겠지만
2000년도 정도만 해도 젊은 직원들은 타자 날라다니고 나이많은 임원들은 종이에 써서 부하직원한테 쳐달라고 하고 그랬었다.
(많~~~~~~이 해줬다)
첫직장이 전산실이었는데 세상에 나보다 타자 속도 빠른 사람이 없었으니까.
(내 타자속도 따위는 전산쟁이들한테는 쨉도 안될 거라고 생각했었;;;)
그렇게 십여 년을 타자만 쳤더니 요즘은 정말 손으로 글씨 못쓰겠더라.
나름 못쓰는 글씨 아니었는데 (군대에서 차트병이라고 하면 아는 사람은 알테고-_-;;) 요즘은 정말 개발새발.
특히 ‘ㄹ’ 이거 정말 못쓰겠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