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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삼례이야기] 볼링 / 자기소개서 / 비상출동

1998년 1월 31일

한메타자교사를 자기가 만들었다는 말도 안되는 거짓말은 앞서 얘기했고, 하여튼 바깥에서 좀 생소한 프로그램만 가지고 들어오면 삼례는 전부 자기가 만든 프로그램이라고 떠벌렸다. 한번은 무슨 볼링게임을 갖고 들어왔는데 구석에 영어로 제작자 이름하고 연세대학교라고 씌여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만든거라고 바각바각 우기는 거였다. 뭐 이름은 가명이고 학교를 연세대라고 써놔야 뭔가 있어보인다나. 이제는 익숙해진 일이라 대꾸도 안하고 그냥 노는 꼴을 보고 있었는데 터키(볼링에서 스트라이크를 연속 3번 기록하는 상황)가 나왔고 동시에 프로그램에서 칠면조 그림(아시다시피 영어로 터키Turkey는 칠면조니까)이 중앙에 떠올랐다. 그걸 보고 삼례가 말하기를,
“야, 내가 이 닭 그리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친한 졸병이 행정계에 있어서 행정계에서 자주 농땡이를 피우곤 했었는데, 한번은 우연히 삼례가 전입 당시 작성했던 개인신상기록부를 보게 되었다. 신상기록부에는 의례 학력을 적게 되어있는데 삼례는 누가 묻지도 않은 것까지 적어놓았던 것이다.
삼례공업고등학교 수석 입학 수석 졸업.
다른 사람 같으면 믿어볼 수도 있겠지만… 그 밑에 뻔뻔하게 전북대학교 입학이라고 거짓말을 해놓은 걸보면 공문서 위조로 고발하고 싶다.

어떨 때는 내가 정말 잘못을 하기도 하는데 그럴때조차 나를 똑바로 야단치지 못하는 녀석이 삼례였다. 한번은 훈련상황으로 비상출동이 걸려서, 아직 신참이었던 나대신 삼례가 출동하게 되었다. 삼례는 나가면서 자신이 하던 일을 나에게 맡기고 갔는데, 고참인 윤 병장이 컴퓨터에 앉아있는 바람에 나는 찍 소리도 못하고 구석에 앉아있었다. 게다가 하필 정훈만화를 뒤적거릴 때 삼례가 들어온 것이다. 일도 안하고 만화나 보고 있어? 하는 표정으로 그 속좁은 인간은 나를 창고로 끌고 갔다. 그러면서 자기가 지금 얼마나 힘든 훈련을 하고 왔는지 아느냐, 활주로를 두 바퀴나 (활주로 두 바퀴면 아마 십여 km 되지 싶다) 돌고왔는데 쫄병이란 놈은 편하게 앉아서 만화나 보고 있다니… 운운 했다. 그 비상출동 훈련, 솔직히 활주로에 모여서 한 십여분 서있다가 오면 되는 무지 편한 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