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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SIDH가족의 홍콩여행 – 출발준비~첫째날

2015년 12월 9일

마누라 절친 중 한 명의 남편이 은행에 다니는데
작년에 홍콩지점으로 발령이 나면서 온 식구가 홍콩에 가서 살게 됐음.
마누라 절친이기도 하지만 마침 아이도 같은 나이(2010년생) 딸내미 하나씩 키우는 처지라
서울 살 때도 가끔 만나서 같이 놀고 하던 사이라서
너 홍콩 있을 동안 우리가 홍콩 놀러가면 니네 집에서 재워주겠느냐? 오케이 그건 걱정마라~ 뭐 이런 대화가 오갔던 모양.
그래서 원래는 올해 봄쯤에 우리 식구 전부 홍콩으로 놀러갈까 계획을 세워보려던 참이었는데,
올 봄에 하필 그 친구의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봄에 놀러갈 계획이 미뤄지고
이런저런 사정으로 나도 여름휴가를 못가고 미루게 되면서
그렇다면 늦가을쯤 못가본 여름휴가를 활용해서 홍콩으로 놀러갈 수 있겠는걸…? 이런 상황이 된 것임.


홍콩에 가면 디즈니랜드도 있다아~

하여 날을 대충 잡아보다가 일부러 그럴라고 그런 건 아니지만 하여튼 내 생일까지 중간에 끼워서 11월말 경에 4박5일로(토~수) 홍콩 다녀오기로 하고,
날도 기니까 마카오까지 들르는 일정으로 최종 결정되었음.
비행기는 저가항공에서 미리 사면 싸다고 해서 일찌감치 예약해두고,
홍콩숙소는 마누라 절친네 집.
숙박비 아끼는 대신 마누라 절친이 주문한 물품을 우리가 대신 배달해주기로 함.
(홍콩에서 인터넷이마트로 주문 -> 우리집으로 배송 -> 우리가 홍콩으로 배송하는 루트)
6살배기 애를 데리고 가니 홍콩디즈니랜드도 들러주고,
마카오는 페리를 타고 한시간 정도 들어간다고 하니 페리 시간표 봐두고,
마카오숙소(1박용)는 타이파 지역쪽에 화려한 호텔들 많다고 하니 그 중 싼 곳 잡아놓고 밤늦게까지 비싼 호텔들 구경이나 하자… 이런 계획까지 세웠음.

출발 전날 짐을 싸는데 저가항공이라 인당 15kg 제한이 있는데
지금에서야 알아보니 그게 합산이 되는 거라, 우리는 성인 2명만 합산해도 30kg이고, 아이까지 합쳐도 40kg까지 실을 수 있었는데,
곧이곧대로 가방 2개를 각각 15kg에 맞추려고 하다보니 생각보다 짐이 많아서
이것저것 배낭에 담고 뺄 것 빼고 해서 겨우 맞췄음.
다시 말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바보짓.

출발이 아침 9시55분인 비행기인데
인천공항까지 늦어도 8시까지는 가야할 것 같아서
그럼 서울역에서 공항철도를 타고 가려면 서울역에 6시40분 전에는 도착해야하고
서울역까지 6시40분 전에 도착하려면 6시 전에는 일어나야할 것 같아서
넉넉하게 5시반에 알람 맞춰놓고 잠들었음.
알람은 울리는데 못일어나겠더라.-_-;;;

겨우겨우 일어나서 대충 씻고 옷갈아입고(그때 서울이 막 추워질 때라서 나갈 때는 옷을 두툼하게 입어야했음. 홍콩 가면 영상30도라는데…)
집안 정리할 거 하고 문단속하고 그때야 애 깨워서 옷만 대충 입힌 뒤에 집을 나섰음.
생각보다 늦어서 6시15분쯤 나옴.
시간도 늦은 거 같고 추운데 지하철역까지 걸어가기 싫어서 카카오택시로 택시 불렀음.
문제는 이 택시가 우리 아파트를 못찾아서 (찾기 쉽지는 않지…) 정문 근처에서 뱅뱅 도는 바람에 한 10분 정도를 기다렸다는 것.
(가뜩이나 늦었는데 더 늦었…)
트렁크에 짐 싣고 택시로 와앙 달려가는데 잠에서 깬 소윤이가 뒤에서 종알종알 계속 떠들어댐.
이제 어디 가는 거야? 서울역 간 다음에 어디로 가? 뭐 타고 가? 인천공항 가면 뭐 타?
뭐 이런 쓸데없는 소리를 택시기사아저씨한테 민망할 정도로 계속 물어봄.
나중에 도착할 때쯤 되니까
이제 아빠가 돈내고 우리는 트렁크에서 짐 내리고 서울역에 가서 기차타고 인천공항 가서 제주에어 비행기 타면 돼?
라고 정리해서 물어보길래 택시기사아저씨가 빵 터졌음. 몇살이길래 이렇게 똑똑하냐고.

결국 서울역 도착해서 내가 돈내고 트렁크에서 짐 내리고-_- 공항철도 터미널로 향함.
엘리베이터를 타면 좀 빨랐을지도 모르는데 한참을 에스컬레이터로 내려갔더니 공항가는 열차가 방금 출발. (아까비~)
이렇게 해서 또 10분 정도 늦어지고.


서울역 공항철도 도심공항터미널. 저기루 들어간 다음에 한참을, 정말 한참을 내려가야 된다.
(코레일 홈페이지에서 사진 가져옴)

공항철도 타고 한시간 여를 달리고 달려서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제주항공 체크인 카운터에 사람이 어마어마… 꾸불꾸불 지그재그로 늘어선 줄이 10줄은 되는 것 같았음.
아마 토요일 아침 출국이라 사람이 이렇게 잔뜩인 모양.
일단 내가 줄을 서고 마누라는 소윤이와 인터넷으로 신청해놓은 환전을 찾으러 감.
마누라가 다녀올 때까지 한참을 기다렸는데 줄은 한 줄 줄어들었음.
보통 비행기 출발 2시간 전에 도착해서 체크인 어쩌구 하는데 시간은 벌써 8시를 훌쩍 넘겨 8시 30분…40분…50분이 다 되어가도록 우리 차례가 안돌아오는 중.
문제는 출국수속하려고 게이트 입장하는 줄도 체크인 줄만큼 늘어서있다는 것.
저 줄까지 다 기다려서 타면 비행기 못탈 확률도 있을 것 같았음.
(마누라가 걱정하긴 했지만 나는 설마 내버려두고 비행기 뜨겠냐며 안심시켰음)

결국 비행기 출발시각 1시간 전에야 체크인. 짐 부치고 비행기 좌석 배정받는데
우리가 거의 마지막에 체크인하는 거라 (당연하지-_-) 세 사람이 나란히 앉을 자리가 맨뒷자리밖에 없다고.
아시다시피 비행기 맨뒷자리는 의자 등받이를 뒤로 제끼지 못하는 자리.
어쩔 수 없이 그 자리를 받음.
그나마 천만다행인 것은 체크인카운터에서 일행 중에 아이가 있으면 끊어드리는 거라며 출국장에 빠르게 입장할 수 있는 패스트 트랙 패스를 끊어준 것.
(패스트 트랙 패스가 있으면 항공사 승무원들이 출입하는 전용게이트로 출입할 수 있음. 줄 안서도 됨)
덕분에 게이트에서 20~30분 기다릴 시간을 확 줄여서 바로 출국수속을 할 수 있었음.
출국장 들어간 시간이 대충 9시 10분 정도로 그나마 조금 여유있었음.

이제는 면세점에 가서 마누라가 미리 사놓은 물건 찾아서 비행기만 타면 되는데
이 면세점 줄도 장난 아니심-_-;
(아 토요일 아침에 비행기 타지 말아야겠음. 아예 새벽에 타던가)
기다리고 기다려서 구입한 물건 찾으니 비행기 탑승 20분 전.-_-;;
원래는 이 시점에서 간단한 아침거리를 먹거나 사서 비행기에 탈 생각이었는데
그럴 시간 없음. 그냥 탑승장으로 달음질쳤음.
혹시 몰라서 집에서 가져온 빵이 있으니 그걸로 아침 떼우기로 하고
탑승장 바로 앞에 도착하니 갑자기 여유가 생겨서 사진도 한두 방씩 찍고
비행기 탑승.

20151121_093724
막상 찍어보니 표정도 이상하고 비행기도 안보이고

예전에 제주항공 타고 제주도 갈 때는 물 말고 오렌지쥬스도 주고 이벤트도 해주고 그랬었는데
이번 비행에는 물 외에는 얄짤 없음. 기내식도 다 사먹어야 함. 시간 보낼 이벤트도 없음.
창가에 앉은 소윤이는 처음에는 와와 신나하더니 막상 창밖에 구름 밖에 안보이자
햇빛 들어와 눈부시다며 창문가리개 내려버리고 가지고 온 색칠공부에만 몰두함.
비행시간이 3시간 반이라는데…. 참… 지루했음. (딱히 할 것도 없고)
입국신고서를 쓰라고 나눠주길래 그거나 써야지 했는데… 집중력이 떨어져서인지 2번이나 틀려서 다시 받아서 작성했음.

어쨌든 현지시간으로 낮 12시35분에 홍콩공항 도착.
입국신고하는 곳에서도 줄을 한~참을 섰다가 (그래도 여긴 줄이 빨리 빠져서 오래 기다리진 않았음)
나와서 짐 찾고 (그래도 짐은 금방 찾았음. 소윤이가 눈썰미가 좋은지 내가 놓친 걸 바로바로 찾아서) 드디어 출국장 바깥으로 나옴.

자 일단 뭘 좀 먹자.
그런데 나오자마자 맥도날드가 보여서 ‘어 맥도날드 있네’ 이 한마디 했더니
소윤이가 감자튀김을 먹겠다고 고집을 부리기 시작함.
(가뜩이나 아침부터 잠못자고… 여기저기 줄서서 기다리고… 지루하고… 등등 짜증이 잔뜩 난 상황이라 왕고집쟁이가 되어있었음)
아니 홍콩에 먹을 게 얼마나 많은데 한국에도 널린 패스트푸드 감자튀김이냐면서 무시해버렸는데
하필 마침 딱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다른 식당을 둘러봐도 앉을 자리도 없고, 미리 알아봐뒀던 식당은 공사중인지 문을 닫았고,
위층 입국장 쪽으로 가보니 그래도 먹을만한(비싼?) 식당이 두어군데 있길래 그리루 가보자 했더니
소윤이가 감자튀김을 굳이 먹겠다며 입을 삐죽삐죽거리고 있었음.
에휴 이놈의 황소고집. 알았다 일단 먹고 보자, 하는 마음으로 맥도날드로 갔음.
여기도 사람이 북새통인데 다행히 창가쪽에 누가 막 일어나는 참이라 그 자리에 얼른 앉았음.

버거세트 두개 먹어치우고 일어서니 오후 2시 쯤.
이제부터 이 공항 안에서 해야할 일이 홍콩 시내로 들어가는 AEL 티켓 사고 + 교통카드로 쓸 옥토퍼스카드 사고 + 인터넷 사용을 위한 유심카드 사고 + 서울에서 미리 사놓은 디즈니랜드 & 피크트램 티켓 찾기.
먼저 디즈니랜드 & 피크트램 티켓은 안내받은 창구에 가서 출력해온 바우처 종이 보여주니 알아서 착착 찾아줘서 큰 어려움 없이 성공.
그 다음으로 유심카드를 구하려고 무료로 유심카드 준다는 곳에 가서 안통하는 영어로 막 대화를 해봤는데 자꾸 돈을 내라고 해서 포기.
그 다음 AEL 티켓과 옥토퍼스 카드 파는 곳에 찾아가서 줄 서있었더니 직원이 다가와서 옥토퍼스 카드 살 거냐고 미리 물어봄.
어른 둘, 아이 하나라고 얘기해주니 종이에 표시해서 나한테 줌.
창구에 가서 그 종이 보여주고 추가로 AEL 그룹 3인티켓 달라고 했더니 알아서 착착 줌.
마지막으로 유심카드 판다는 곳에 가서 118홍콩달러짜리 유심카드 사서 가져간 갤럭시S3 공기계에 끼웠음.


옥토퍼스카드 + AEL 티켓 파는 곳. (hktourguides.com에서 사진 가져옴)photo_1010
유심카드 파는 곳. (홍콩공항 홈페이지에서 사진 가져옴)

여행하면서 인터넷은 써야겠는데, 로밍하면 하루에 만원씩 나가고, (4박5일 2명 합치면 10만원-_-)
홍콩에서 구입한 유심카드를 꽂아서 쓰면 인터넷은 저렴하게 쓸 수 있는 대신 유심카드를 꽂은 핸드폰이 홍콩전화로 바뀌기 때문에
서울에서 쓰던 전화번호는 로밍상태가 아니라 끊어진 상태가 돼서
혹시 서울에서 전화가 오거나 해도 받을 수도 없고 문자도 받을 수 없을 것 같아서
어차피 안쓰는 공기계에 유심카드를 꽂으면 그녀석은 그냥 홍콩전화로 바뀌면서 인터넷을 쓸 수 있게 되고,
나와 마누라는 데이터로밍 차단한 상태로 로밍해서 전화는 받고,
인터넷은 유심카드 꽂은 핸드폰에서 와이파이 공유(핫스팟) 상태로 쓰기로 한 것임.
쉽게 설명하자면 핸드폰 공기계를 인터넷공유기처럼 쓰겠다는 이야기.
다행히 핫스팟 켜보니 내 폰이나 마누라 폰에서 와이파이 잘 잡히고, 인터넷 잘 됨. 이것으로 만사 OK.
이젠 AEL 타고 홍콩 시내로 출발.

HK_Intrenational_Airport_Terminal_香港國際機場_Airport_Express_tran_Station_HKIA_sign_Oct-2013
공항에서 AEL 타러 가는 길 (commons.wikimedia.org 에서 사진 가져옴)20151121_152246
AEL 기차 안에서 소윤이 찍는 척 셀카 찍기

비싼 기차라 그런지 확실히 30분도 안되서 홍콩역에 도착.
이제는 마누라 절친이 사는 아파트까지 찾아가야 할 순간.
그쪽이나 이쪽이나 길 찾아다니는 거 좋아하지도 않고 설명해주기도 귀찮았는지
그냥 주소 찍어서 카톡으로 보내주고 택시 타서 그 주소 보여주고 오라고 했다 함.
그래서 택시를 기다리는데 이 택시도 줄서서 한참 기다림.
(오늘은 하루종일 기다림의 연속… 이상하게 우리가 서는 줄마다 길기도 하고)

거의 30분을 기다려서 겨우 택시를 타고 주소지를 보여주니 기사가 오케이 하고 출발.
홍콩 시내를 벗어나서 해안도로를 마구마구 달리더니 20여분만에 고급져보이는 아파트 주차장으로 쓱 들어감.
일단 내려주길래 택시비 계산하고 트렁크에서 짐 꺼내고
여기가 어딘가 두리번거리다가 아파트 관리직원(인데 마치 호텔직원처럼 보임) 할아버지에게 여기 어디로 가냐고 물어보니 친절하게 엘리베이터 앞까지 데려다 줌.
엘리베이터 앞에서 인터폰까지 눌러주고 문 열리는 것까지 지켜보더니 소윤이한테 인사까지 하고 돌아가심.
마누라 친구 집은 49층(!)인데 (이 아파트 70층이 넘게 있음) 엘리베이터가 고속으로 올라가다보니 비행기 탄 것처럼 귀가 멍해짐.
엘리베이터 내리니 마누라 친구랑 그 집 딸내미, 그리고 그 집 메이드-_-까지 반갑게 맞아주심.
(소윤이 친구인 그 집 딸내미는 아침부터 친구 언제 오냐고 보챘다고 함)

grand-promenade-outlook
홍콩에서 3박4일간 머물 Grand Promenade.
어마어마한 고층에 바다가 보이는 아파트라서 그런지 월세가 몇백만원씩이나 한다고.
(executivehomeshk.com 에서 사진 가져옴)

그런데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까지 느낌은 정말 딱, 엄청 비싼 최고급 아파트 느낌, 아니 5성급 호텔 같기도 했었는데
(주차장에서부터 직원들 복장이나 태도, 엘리베이터실 인테리어나 기타 등등)
집 안에 딱 들어가니 그냥 평범한 20평대 아파트인 거라.
(그것도 구조가 이상해서인지 우리나라 20평대 아파트보다 더 좁아보임)
홍콩이 집값만 비싸지 집은 좁다고 미리 말은 들었는데 바깥이 워낙 화려해서 잠시 잊고있었다가
막상 현실로 보니 안과 밖의 괴리감이 꽤 심함.
아 물론, 고층인데다 바닷가에 지어진 아파트라 전망은 죽임.
따져보니까 동북향이긴 한데 뭐 남향 따지는 건 우리나라에서나 그러는 거고.

어쨌든 방도 우리 세식구가 같이 잘만한 큰 방은 없어서
소윤이 친구인 그집 딸내미가 안방에서 엄마아빠랑 같이 자고
아이 방이랑 아이 놀이방 겸 책상있는 방 2개에서 우리 식구가 나눠자기로 함.
그냥 빈 방에서 조용히 신세만 지고 올 생각이었는데(=순전히 내 생각) 생각보다 민폐가 심함.
짐도 풀어놓을 곳이 마땅치 않아서 거실 구석에 그냥 가방째 놔두는데 이것도 공간을 꽤 잡아먹음.
그나마 다행인 것이 화장실이 2개라는 거. 그것 빼면 민폐가 이만저만이 아닌 상황.
어쨌든 급한 대로 입던 옷부터 정리하고 배송부탁-_-받은 물품 꺼내서 전달해준 뒤
아래층 클럽하우스(!)에 가서 커피라도 한잔 하기로 함.

엘리베이터 타고 다시 클럽하우스로 내려가니… 와~ 다시 고급아파트 느낌 나기 시작함.
카페도 있고, 아이들 놀 수 있는 공간(키즈카페 비슷한?)도 있고, 으리으리한 피트니스센터도 있고,
피아노실, 무용실, 탁구장, 야외수영장, 바베큐할 수 있는 데크형 베란다까지… 진짜 비싼 아파트다운 모습.
…이런 거 좀 줄이고 집을 키우는 게 나을 거 같은데?
놀이터에 소윤이와 소윤이 친구를 풀어놓고 우리는 카페에서 커피 한 잔씩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눔.

원래는 오늘 저녁까지는 그 집에서 한 턱 내기로 했었는데
(갈 때는 그러려니 하고 갔는데 집 사정을 보니 갑자기 부담이 팍팍 오기 시작했음)
친구들과 골프 치러간 그 집 서방님 일행 중 한 명이 차키를 잃어버려서 오다가 다시 돌아가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오늘 저녁은 같이 하기 어렵고 내일 저녁이나 같이 먹는 걸로 일정이 바뀌게 돼서
그럼 우리끼리 원래 계획대로 침사추이에 가서 심포니 오브 라이트인가…하는 레이저쇼를 보고 오기로 함.

마누라 친구가 지하철 타는 곳까지 데려다줘서 (생각보단 멀었음… 나중엔 가깝게 느껴졌지만)
지하철 타면서 옥토퍼스 카드 개시를 했음.
홍콩은 미취학아동이라도 교통비를 내는 곳이라 (3살 이상이면 내던가? 그랬음)
소윤이한테 아동용 옥토퍼스카드를 쥐어주고 나가는 방법을 먼저 보여줬더니 잘 따라함.
토요일 오후시간이라 그런지 지하철에 사람이 북적북적거리는데 자리는 없고
아일랜드선인가? 그 노선 타고 쭉 가서 애드미럴티 역에서 췬완선으로 갈아타고 침사추이 역에서 내림.
시간이 늦어서 일단 저녁부터 사먹기로 하고
마누라 친구 남편으로부터 괜찮은 식당이라고 소개받은 곳을 찾기 시작.

출구 설명이 서울하고 많이 달라서 지하에서 조금 헤매다가 이쯤인가 싶어 대충 나왔는데
나와서 조금 걸어가보니 갑자기 엄청 화려한 불빛으로 장식된 공간이 나타남.
1881 헤리티지라고 떡하니 간판 붙여놓은 걸 보니 여기가 거긴가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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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1 헤리티지. 호텔/레스토랑/명품매장들이 있는 복합쇼핑몰 같은 곳인데 빅토리아양식의 고풍스러운 건축물로 더 유명한 곳. 원래는 홍콩 해양경찰본부였다나.

원래 관광할 생각이 없던 곳인데 눈 앞에 나타났으니 구경해야지.
소윤이도 얼음조각에 휘황찬란한 조명에 크리스마스 장식이 많으니 신나서 여기저기 사진 찍어달라고 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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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사진도 찍고20151121_185202
소윤이가 찍고 싶다고 해서 줄서서 기다려가며 찍은 사진

실컷 구경하다가 옆으로 빠져서 큰 길로 나오니 딱 심포니 오브 라이트 보기 좋은 자리가 나타남.
마누라 친구 남편이 소개해준 식당도 바로 그 앞 건물에 있음.
헤매긴 했어도 출구는 제대로 나온 모양.

레이저쇼가 8시에 시작인데 그때 시간이 7시 몇분 전.
밥먹고 나와서 구경하면 시간이 딱 맞겠다 싶어서 일단 식당이 있는 건물로 올라감.
4층에 그 유명하다는 제이드가든이 있고
3층에 그것보다는 덜 유명한 페킹가든이 있는데
제이드가든을 가보니 딱 식사시간이라 그런지 기다리는 사람들이 한가득.
하루종일 줄만 서던 사람들이라 (기다릴 시간도 없고) 포기하고 한층 내려와 페킹가든으로 갔음.
여기도 사람이 많긴 하던데 다행히 자리는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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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하우스 3층의 페킹가든. 입구는 좀 추레한 편. (tripadvisor.com 에서 사진 가져옴)

밖에서 본 것보다 훨씬 넓은 내부에 대부분 사람들이 북경오리 요리를 시켜서 먹고 있었음.
하지만 우리는 그 큰 오리를 다 먹을 자신도 없고 해서 그냥 평범하게 면 2개에 딤섬 한 접시 시켰음.
사진이 없어서-_- 영어로 설명된 메뉴를 보고 시켰는데 오, 이상한 음식은 아니었음.
다만 주문하는데도 한참 걸리고 음식 나오는데도 한참 걸리고… 앉으나 서나 기다리는 인생인 건 변함 없음.

식사하고 나오니 시간이 8시 10분 전쯤.
여유있게 시계탑 쪽으로 걸어가면서 레이저쇼 구경할 자리를 찾다가
사람들 많이 몰려있는 계단 위로 올라가니 전망대가 있음.
사람이 이미 꽉 차있긴 한데 대충 서서도 보일 정도.
키가 작아서 안보일까봐 소윤이 목마까지 태우고 기다리다보니
8시에 뭐라고뭐라고 방송 나오면서 레이저쇼 시작.


레이저쇼만큼이나 유명한 시계탑. 원래 이 자리가 구룡역이 있던 자리인데 역을 허물면서 역 앞의 시계탑은 남겨놓은 거라고.
심포니 오브 라이트를 기다리는 사람들 인파

…뭐 야경으로 보면 멋있긴 한데
솔직히 대단한 감흥은 없었음. 설명을 못알아들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지만.
소윤이도 뭔가 뿅뿅거리면서 레이저가 쏟아질 줄 알았다가 건물만 번쩍거리는 정도라서 그런지 금방 흥미를 잃음.
그래도 끝까지 구경하고, 주변 구경하면서 야경 사진은 많이 찍음.
야경이 멋있긴 멋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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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사추이 쪽에서 홍콩섬을 바라보는 야경
시계탑과 홍콩문화센터. (심포니 오브 라이트 할 때 여기에도 영상이 같이 나옴)

전망대 아래로 내려오니 난데없이 옛날 돛단배 같은 녀석이 막 부둣가에 배를 대고 손님을 내려주고 있는 중.
얘기로만 들었던 돛단배유람선투어하는 그 배인 것 같은데
이거 생각보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가격도 비싸서 (홍콩달러로 100달러 이상 하는 걸로 알고있음)
어차피 계획에서 빼놓았던 거라 그냥 가까이서 배만 구경함.

배 구경하는 사이 옆에서 왠 패거리(?)들이 거리공연을 하고 있었는데
노래하는 여자분이 반주도 없이 “첨밀밀”을 부르고 있었음.
그리고 뭔가 단체여행객 같은 사람들이 우르르 모여서 “첨밀밀”을 합창으로 따라부르는 중.
추리해보건대, 아마 여행객들이 “첨밀밀”을 불러달라고 요청하니까 반주가 준비 안된 상태에서 가수가 그냥 육성으로만 불러주고 손님들이 떼창으로 화답하는게 아닐까 싶었음.
나중에 밴드들이 반주 넣어주긴 하던데…
아무튼 중국인 떼거리가 “첨밀밀”을 신나게 합창하는 모습을 보니 아 여기가 홍콩이구나 싶은 생각도 들고.

홍콩 느낌난 김에 야경도 계속 구경할 겸 스타의거리까지 한번 걸어가보기로 함.
이미 지친 소윤이는 언제 호텔(?) 가냐고 자꾸 물어보는데 무시하고 그냥 끌고 다녔음.
그런데 막상 스타의거리에 도착해보니 공사중.-_-;;
거기서 그냥 돌아서 침사추이 시내(?) 구경 조금 더 하다가 집으로 돌아가기로 함.


돌아다니다 발견한 중경삼림의 그 “중경맨션”

돌아다니다가 그 유명한 망고쥬스 파는 허유산 가게를 찾아서
저기서 망고쥬스 먹으면서 좀 앉아서 쉴라고 그랬더니
소윤이가 이상한 냄새 난다고 나가자고 함.-_-;;
뭐 이상한 냄새가 난다면 나는 건데 나갈 정도는 아닌 것 같지만
짜증부리는 딸내미가 나가자고 하니 나갈 수밖에.
그냥 망고쥬스만 사갖고 나와서 걸어가며 먹었음.


허유산이 있는 골목길20151121_210029
어쩌다보니 무섭게 찍힌 사진. 뺏어먹지도 못하겠다;;

홍콩 지하철/버스에서는 음식을 먹거나 마시면 안된다고 해서
망고쥬스 꿋꿋이 다먹고 지하철로 내려감.
시간이 늦어서인지 빈 자리가 좀 있어서 앉을 수 있었음.
마누라 친구집이 있는 사이완호 역에 내려서 몇번 출구로 나가야되는지 또 좀 헤매다가
맞게 잘 찾아 나와서 집으로 걸어갔음.
나중에 알고보니 다음날(=일요일)이 무슨 지방선거날인가 그랬다는데
투표 전날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그 늦은 시간에도 피켓 들고 유세가 한창이었음.
나는 중국사람처럼 보였는지 자꾸 뭔가를 주려고 하더라고.
명동에서도 상인들이 날 보면 중국말로 호객행위하던데.

아무튼 아파트까지 잘 찾아와서 마누라 친구 남편하고 늦게나마 인사하고
(소윤이 친구는 벌써 잠들었고)
마누라는 가방 정리도 하고 친구랑 밤늦게 수다도 떨게 놔두고 나랑 소윤이부터 샤워하고 잠자리에 들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