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축구에서의 포지션

이 글은 얼터너티브 스포츠웹진 후추(http://www.hoochoo.com)의 게시판에 올렸던 글입니다. 감사하게도 후추에서 이 글을 칼럼란에 실어주기도 했습니다.

동네야구…편이 호응이 괜찮아 후편을 씁니다.

담번엔 동네농구… 동네배구… 동네족구… 시리즈물이 될지도 모릅니다.
(참, 놀아본 물도 많다)

제가 나온 고등학교는 조금 삐리한 축구팀을 갖구 있는데…

(우리학교 출신으로 지금 프로리그에서 뛰는 선수는 대전 시티즌의 이호성밖에 모름다. 이 자식이 고3때 한번 미치는 바람에 우리 학교가 역사상 유일무이한 전국대회 우승을 했었지요… 어쨌건 이호성 파팅~ 대전 파팅~)

축구팀이 있다는 이유로… 가을에 체육대회가 아닌 반대항 축구시합을 하는 조금 골때리는 학교랍니다…

한 학년이 15반이니까 (많기도 하다…) 학년별로 한반은 부전승을 올리면 16강 토너먼트가 성립이 되는 거지요.

저는 60명중에 11명을 뽑는 반 대표팀에 한번도 뽑혀본 적은 없지만…
(제가 나서기를 싫어하는 얌전쟁이라고 제발 생각해줍쇼)

연습경기는 많이 뛰어봤슴다.

동네축구에서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스트라이커죠…
동네축구 스트라이커의 역할은… 미드필드에서 상대방의 공을 뺏은 다음 적진으로 단독 드리블하여… 가능하다면 골키퍼조차 제끼고 골을 성공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가장 볼을 잘차는 선수가 스트라이커를 보게 되는데…
이상하게 원톱 시스템인 동네축구는 거의 보기 힘듬다…
동네축구에서 수비축구란 있을 수 없는 포메이션이므로…
공격수가 최소 투톱… 최다 다섯명까지 투입되는 것이 동네축구의 묘미지요…

동네축구에서 미드필더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게 더 맞을 겁니다…
저같은 경우 나름대로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많이 서봤는데…
우리 팀이 공격할 때면 어느새 골문 앞까지 가있곤 하지요…
물론 거기까지 뛰어가는 도중 볼을 건드려보지는 못합니다…
그냥 뛰어가는 거지요…
동네축구는 거의 그렇습니다… 최종수비수 한명 정도만 남기고…
총공격… 그런데 수비 가담은 잘 안합니다… 수비는 맨날 하는 놈만 하고…

가끔 미드필더에서 화려한 개인기를 선보이는 놈이 없는 건 아니죠.
월드컵 출전 등으로 축구에 대한 눈이 많이 열리면서 기존 축구만화에서 봐오던 센터포드 열풍이 가라앉은 탓인가… 화려한 공격수보다 게임메이커를 자처하는 놈들이 많아졌습니다…
근데 짜식들… 말만 게임메이커지… 골은 제일 많이 넣죠…
앞에 공격수들이 있고 자기가 중앙에서 볼을 몰고 나온다는 것말곤 기존의 공격수 스타일과 별반 다를게 없더군요…

담은 수비수…
동네축구에서 수비수란… 다음의 두가지 케이스가 되겠습니다…

1) 팀에서 별반 공을 못차는 선수
2) 공격하다 지친 주전 공격수

2)번 경우는… 한골 정도 넣고 기분이 좋아진 공격수가 수비수보고 “야 너 공격해… 내가 수비볼께…” 이렇게 양보해주는 경우가 되겠습니다…
이 경우가 바로 “지키는 축구” “수비 강화”가 되겠지요. (공격잘하는 놈이 수비도 잘합니다)

그리고 동네축구는 거의 맨땅에서 행해지다보니 (하긴 한국축구가 맨땅 아닌 곳이 얼마나 되겠습니까마는)
수비수들에게 거친 태클을 요구할 수도 없고…
발재간으로는 상대팀의 노련한 공격수를 당해낼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므로… 수비수는 맨날 욕먹는 포지션이 되겠습니다…

골키퍼…
동네축구에서 골키퍼의 위치는 거의 이렇습니다…
있으나마나한 놈…
심한 경우 우리 과체육대회때 여자애가 골키퍼를 봤을 정도로…
(뭐, 여자의 운동신경을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아…저는 팔다리가 좀 긴 편이라… (키에 비해서는 짧다고 하지만)골키퍼를 즐기는 편입니다…
(절대 실력이 모자라서 골키퍼를 보는게 아닙니다…)
제 꿈은 테레비에서 본 것처럼 상대방의 멋진 중거리슛을 몸을 날려서 쳐내거나 잡아내는 건데…
그 험한 땅바닥을 보면… 몸을 날릴 엄두가 나지 않더군요…
그래도 아직… 저는 골키퍼가 젤루 좋습니다…

참… 쓴 김에 잊지못할 경기 하나 써야겠군요…
잊지못할 장면이라고 하면 더 맞을라나…

대학교 1학년때… 교내 체육대회 축구예선전이었는데…
주전으로 뛰어줄 고학년들이 죄다 수업이라고 빠지는 바람에…
1학년들이 대거 주전으로 투입되었습니다…

평소같음 팽팽한 승부를 펼칠 수 있는 상대였지만… 그 시합은 5:2로 저희 과가 깨졌습니다…

그 중의 한골…
동네축구에서 코너킥이나 프리킥으로 골 잘 안나죠…
그런데 그 골은 코너킥이었습니다…
가까운 골대가 아닌 먼골대를 겨냥해 띄운 코너킥을… 제 동기인 김 모군이 정말 돌고래처럼 솟아올라 헤딩으로 받았던 거죠…

그 솟아오르던 모습…
마치 매트릭스의 한장면처럼 회전시켜 보면 정말 그림같을…
저에겐 정지된 동영상만큼이나 아름답게 각인된 모습입니다…
게다가 김 모군은 그 큰머리로… (우리 과 대두 3인자였습니다)
너무나 정확하고 깔끔한 헤딩을 만들어내…
골대 구석… 그러니까 골포스트와 크로스바가 만나는 그 교차점에 꽉차게 꽂히는… 정말 자로 재고 헤딩을 해도 그렇게는 넣을 수 없을… 헤딩슛을 성공시켰던 거죠…

왜 보통 코너킥 같은 게 걸리면 상대팀은 공격하던 선수가 골키퍼로 교체되어 들어오는 게 보통이죠 동네축구에서는… (수비강화)
그런데 그 골키퍼가 정말 손도 한번 뻗어보지 못하고 멍하게 그 골을 쳐다봐야만 했을 정도로…

그 골은 빠르고 정확했습니다…

다만 문제는…

자살골이었다는 거죠…

골 들어가고 그렇게 정적에 휩싸여본 건 또 처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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