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삼례이야기] 삼례의 거짓말

처음 내가 삼례의 밑으로 보내졌을 때, 삼례는 내가 대학을 다니다 왔다고 하자 자기도 대학을 다니다 왔다고 서슴없이 말했다. 그때까지는 삼례가 지독한 거짓말장이라는 사실을 몰랐으므로 나도 그런가보다 하고 아무 생각없이 물었다. “몇 학번이십니까?” 삼례는 대답하지 못했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고참의 모습에 당황한 졸병(즉 나다)은 92년도에 입학했으면 92학번이라고 거의 가르쳐주다시피해서 92학번이라는 대답을 들어야 했다.

삼례는 내가 배치받기 전까지 사무실에서 컴퓨터에 대해 독보적인 존재처럼 인식되어 있었다. 삼례의 말에 따르면 워드 실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프로그래밍 실력이 수준급이어서 예를 들면 ‘한메 타자교사’도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이고, 고등학교를 나온 뒤 컴퓨터 학원에서 강사도 했으며 컴퓨터 회사에서 일했기 때문에 컴퓨터 분해 조립도 능수능란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 실력은 타자도 안 보는 척 보고 치면서 이백타 수준에 불과하고, 프로그래밍이란 끽해야 데이터베이스를 쓰면서 조금 배운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짐작컨대 컴퓨터 회사에서 일한 것 정도는 사실인 것 같다. 내가 입대하기 전 삼례가 쫄병일 때, 대대장에게 자신이 일하던 회사로부터 컴퓨터를 팔아먹었으며 그 컴퓨터를 가르쳐 준다는 구실로 청소고 점호고 마구마구 열외했다고 하니까 말이다. 대단한 잔대가리다.

처음 내가 사무실로 배치받았을 때는 XT 컴퓨터에 대우 프로워드란 프로그램을 쓰고 있었으므로, 사회에서 386에 아래한글을 쓰던 나는 새로 워드를 배워야 했다. (삼례한테 맞아가면서) 그 되먹지 않은 워드 강의에 뿔따구가 나도 여러번 났지만 참 성격이 좋았던 덕분에 헌병대에 끌려가지는 않았다. (결국 삼례가 가르쳐준 것은 아무 쓸모가 없었고 내가 매뉴얼 보고 혼자 공부해서 터득해야했다) 그러다가 내가 상병을 달 무렵 드디어 사무실 컴퓨터가 486으로 바뀌면서 아래한글을 쓰게 되자 사회에서 아래한글을 강의했다고 자랑스레 떠벌리던 삼례가 당황하기 시작했다. 내가 좀 생소한 단축키를 쓰면 그게 뭐냐고 묻고 설명해주면 사회에서는 1.5를 썼는데 이것은 2.0이라 잘 모르겠다고 둘러댔다. 1.5에서부터 있던 단축키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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