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대리일기 스물다섯번째

[봉대리의 일기]

12/27 (월) 날씨 그럭저럭

연휴기간 집에서 된장 냄새 풍기면서 잠을 자느라고 일기따위는
신경 끊고 살았다.
내가 내 일기 쓰는데 하루를 빼먹건 이틀을 빼먹건 내맴 아닌가?
내가 일기 안쓴다고 항의를 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도 안되는 루머가
들리기에.
내가 일기쓰는 건 어케 알았누?
각설하고,
다른 회사는 크리스마스 연휴 분위기에… 뭐 세밑도 얼마 안남고…
더군다나 이번 연말은 한해를 그냥 마무리짓는 것도 아니고 천년을
마무리짓는 해라며 조용히… 정숙하게… 일도 안하고 보내는
모양인데…
왜 우리 회사는 이렇게 일이 많은고야…
연휴 뒤에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거 싫어 진짜… 흑흑…
갑자기 종무식을 기획실에서 떠맡으라는 청천벽력같은 메시지가
위로부터 하달되어오는 바람에…
그거 원래 총무팀 일 아닌가?
회사 업무 기획하고 주식 관리하고 하던 기획실에서 왜 종무식에 쓸
풍선까지 챙겨야되는지는 도통 이해가 안가네.
(물론 피 부장이 윗사람들한테 찍혔기 때문이라는 거는 다 알지)
하여튼 1999년도 마지막 주… 초장부터 거하게 시작했다…
종무식 이벤트를 뭐 특이한 걸 해보자나…?
요번에는 요술풍선을 불어서 개만드는 이벤트를 하자구 그러는데…
피부장을 불어서 개를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피 부장의 일기]

12/27 (월) 날씨 관심없음

아침부터 열 무지 받았다.
크리스마슨지 뭔지 연휴내내 마누라한테 시달려… 자식새끼들한테
시달려… 아주 죽을 맛이 되서 겨우겨우 출근했더니…
아침 회의부터 정신이 팔딱 깨는 소리나 듣구말이지…
종무식… 같은 거는 총무팀에서 알아서 해야되는 거 아닌가?
총무팀장이던 주차장(성은 주… 직급이 차장)이 무슨 사장의 특별
지시랍시고 해외출장을 보름간 다니러 나가는 바람에… 이사가
나를 콕 찍어서 기획실하고 총무팀 추스려서 해보란다… 종무식…
이번에는 기획실 인력을 활용해서 뭐 이벤트도 넣고 그러라나?
기획실이 무슨 이벤트 기획하라고 있는 곳인가?
가끔 이사고 부사장이고 머리 굴리는 거 보면
어렸을 적 학교운동회에서 굴리던 큰공만큼도 안되는 것도 같고…
하여튼… 시키는 일이니까 열라 해야지…
이벤트 이벤트… 근데 이 병신같은 것들은 이벤트를 하나 대가리
굴려서 뽑아내보라니까… 뭐 판자에 구멍을 뚫어서 사장님을 고개만
내밀게 해놓고 물풍선 던지기는 어떨까요… 물통 위에 사장님을
매달아 놓고 퀴즈를 내서 틀릴때마다 밧줄을 조금씩 자르는 건
어떨까요… 뭐 이따우 아이디어만 내놓고…
얼마전에 아들내미가 막 재밌다고 하던데 요술풍선인가… 거 막
비틀어서 모양 만드는 거… 그거 재밌어 보여서 그거 하자구
그랬다…
며칠 안남았는데 저 병신들이 그걸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된다 진짜…

SIDH’s Comment :
이때 정말 연말이벤트로 요술풍선 만든다고
만드는 방법이 있는 책도 사무실에 놔두고 그랬었다.
벤처기업이라 그런지 몰라도
이 회사 다닐 때 종무식에서 사장님 이하 전 직원이
컴퓨터에 연결하는 DDR게임(그때 이게 한창 유행)도 하고 그랬었는데.
나중에 전직장(H백화점)에서 같이 일했던 사람하고 통화하다가
우리 종무식때 그러구 놀았다는 소리 듣고 되게 부러워하더라.
하긴, 그 회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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