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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대리일기 예순한번째

2007년 10월 21일

[봉대리의 일기]

2/21 (월) 졸라 맑다

오늘은 신입사원 오는 날.
팀장인 피부장이 없는 관계로 조금 맞이하기에 그렇기는 하지만,
군기 잡기에는 이상이 없을 것이다 흐흐흐…
확실하게 군기를 잡아서 저 덜 떨어진 전유성이처럼 만들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조과장이 왠 팔등신 미녀를 델구 들어와서 인사를 시킨다.
아… 여러분 잠깐 봐주세요… 이번에 신입사원 연수를 마치고 우리
기획실 식구가 된 모주라 양입니다…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뇨자였어?
아니 근데 왜 피부장은 뇨자가 올 거라고 말 한마디 안해줬지?
하기사 허리 다쳐서 그냥 실려가버렸으니 말해줄 틈도 없었기는
하겠다마는.
하필 뇨자야 왜?
어쨌거나 기획실원이 모두 인사를 나눴다.
내가 인사하니까 조금 떨떠름한 표정을 짓더라. 왜 그랬을까?
어…지금 팀장이신 피부장님이 병원에 계신 관계로… 업무에 관한
일들은 천천히 배우도록 합시다… 일단은 전유성 씨와 황대리가 업무에
관한 사항을 알려주도록 하구요…
조과장의 말에 내가 눈에 쌍심지를 돋았다.
왜 날 빼?
자네한테 신입사원을 접근시키지 말라는 피부장의 특명이 있었어.
조과장이 나에게 조용히 찔러준 말.
그렇지… 피부장이 나한테 곱게 신입사원을 낑겨줄리가 없지…
그나저나 피씨, 봉씨도 모자라서 이젠 모씨란 말인가?

[신입사원 모양의 일기]

2/21 (월) 날씨 맑은게 서러워…흑흑…

기획실로 배정받는다고 그랬을 때 사직서를 낼라구 그랬다.
지난 번 신입사원 연수때 그 기획실에서 왔다는 닐리리 팔푼이 같은
놈이 자꾸 거슬렸기 때문에.
앞으로 매일 그런 놈 얼굴 보며 살아야된단 말야?
혹시 그 놈이 내 미모에 반해서 추근거리기라도 하면 어쩌지?
그때 가서 회사 때려치우느니 지금 미리 제껴버리는게 낫지 않을까?
…라고 말했다가 아빠한테 다리 몽둥이 뿌러지게 맞을 뻔 했다.
이뇬이 밥멕여주고 잠재워주니까 겁을 상실해가지구~
남의 집은 딸이 대학 나오면 집에서 조용히 신부수업이나 쌓다가 괜찮은
남자한테 끼워팔기 식으로 넘겨버리던데
우리집 부모님은 왜이러시는지 모르겠다.
줏어온 딸이 분명할꼬야~
신데렐라일지도 몰라~
어쨌든 잘하고 오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는 아빠의 무시무시한 협박을
뒤로 하고 출근했다.
기획실에 들어서며 쓱 분위기를 보니…
팀장 자리는 왠일인지 비어있고…
그 옆에 과장 한명은 어제 술이 덜 깼나 얼굴이 벌겋다.
저 사람이 사장 앞에서 오바이트 쏟았다는 그 과장인가부다.
(신입사원 연수장에서도 유명했다. 기획실에는 그런 종류의 인간만
있다고)
그 맞은편에 닌자거북이처럼 생긴 사람 하나 앉아있고,
그 옆에 황소개구리를 연상시키는 떡대와 몰골의 사나이가 버티고
있었다.
그 맞은편에 으윽~ 봉대리라는 그 썩을 인간이었다…
그 옆에는 왠 뺀질거리게 생긴 남자 하나와 옆구리 터진 만두처럼 생긴
여직원.
삭막 그 자체로구만~
팀장인 피부장이라는 분은 입원하셨단다…
내가 여기 팀장이라도 입원할 거 같다…

SIDH’s Comment :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회사가 직원에게 동기유발차원에서 해줄 수 있는 일, 뭐 이런 질문에
예쁜 여직원을 뽑아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

그 회사 관두고 나올 때
예쁜 여직원 뽑아주면 계속 다니겠다고 한 적이 있었다.

예쁜 여직원,
내 팔자에 없는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