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대리일기 일흔여덟번째

[봉대리의 일기]

3/20 (월) 날씨 조코…

무심코 달력을 봤더니 오늘이 춘분이다.
(무슨 옛날 기생이름같다. 춘분아~ 풍악을 울려라~)
봄이 왔다는 뜻이겠는데.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어~
뭐 이런게 있어야 되는거 아닌가.
나이는 먹는데 말이지 옆구리는 늘 허전시레~ 하고 말이지.
하기사 모아놓은 돈도 없구나.
(돈이 없는줄 아시는 관계로 부모님도 내 결혼에 별루 적극적이지
않으시다. 뭐 쌩돈 들여서 저놈 치울 이유가 없다나)
뭔가 돌파구를 마련해야겠다.
뇨자가 먼저냐 돈이 먼저냐?
…아무리 생각해도 돈이 먼저일 거 같다.
근데 월급 긁어모아서 돈 모아봤자 술먹고 담배피고 하다보면
큰 돈 되겠어?
술 담배 끊어?
말도 안돼지.
그렇다면 역시!
일확천금을 노리는 수밖에 없겠군.
내일부터 복권을 열라 긁어봐야겠다.
용그림 그려진 달력을 사다가 천정에 붙여놨다.
자기 전에 용그림 보고 용꿈꿀라구.

[피부장의 일기]

3/20 (월) 날씨 좋은가…

어젯밤 꿈속에서 늘씬한 미녀와 뜨거운 사랑을… 아아~ 아아~
했으면 얼마나 좋았겠냐만.
난데없이 땅바닥이 갈라지더니 왠 시커먼 주둥아리가 내 사타구니
(다시 말해 거시기)를 왁 무는게 아닌가!!
으아악~ 이것이 무엇이냐~
그 시커먼 것은 내 사타구니를 물고 대롱대롱 매단채 (꿈속이지만…
뭐 끊어지는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 하늘로 높이 솟구치고 있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그 시커먼 것의 정체는!
흑.룡.이.었.다!
용꿈이다 용꿈!
만세를 외치면서 손을 번쩍 들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다가
거시기에 엄청난 충격을 느꼈다.
옆에서 자는 마누라쟁이가 무릎을 세워서 발로 내 거길 밟고 있었다.
닝기미 마누라…
어쨌든 용꿈이다 용꿈!
무슨 좋은 일 있냐는 마누라의 말에는 대꾸도 하지 않고 부랴부랴
집을 나왔다.
회사 앞에서 즉석복권 열장을 샀다.
그래도 부장 체면에 사무실에서 득득 긁고 있지는 못하겠어서,
떨리는 가슴을 안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떡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엉덩이 까고 앉아서 볼일도 보면서 복권을
신나게 긁었다.
꽝.
꽝.
꽝.
꽝.
꽈과과과광!
9장이 꽝이었다.
어떻게 된 놈의 복권이 본전도 한장 안나오나?
마지막 똥줄기를 뽑아내면서 호쾌하게 마지막 한장을 긁었다.
앗!! 삼만원 짜리가 하나 붙었다!
아주 꽝은 아니었네!! 좋아 이거갖구 다시 60장을 긁어서…
라고 생각하며 일어나려는데 어? 휴지가 어디갔지?
순간 떨려오는 두 다리.
주머니를 샅샅이 뒤져도 봤다. 옆칸에 사람 있나 불러도 봤다. 밖에 아무도 없어서 바지 엉거주춤 한 채로 빈 옆칸에 고개도 디밀어봤다.
그러나 휴지는 어디에도 없었다.
오직 들고 있는 것은… 삼만원짜리 복권 한장.
내가 왜 꽝이 된 복권들을 갈기갈기 찢어서 버려버렸을까나?
눈물을 머금고 변기에 앉아… 삼만원짜리 복권을 비비기
시작했다…
비싼 똥구녁같으니라구…

SIDH’s Comment :
이때는 로또가 등장하기 전이라 긁는복권을 소재로 썼는데
로또가 워낙 시대를 지배해버려서 그렇지
긁는(즉석)복권의 인기도 나름 한시대를 풍미했다고 할만하다.
복권이라곤 통 안사는 내가 한번 사본 적이 있었으니.
뭐, 로또도 예전에 3주차인가 1등 상금이 몰렸다고 난리났을때
사무실 사람들끼리 돈모아서 사보긴 했다.
열몇개 중에 5등 두개 나왔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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