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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영화 찍냐…

2010년 7월 28일

허허허.

오늘은 타이거즈 경기도 우천 취소되고해서
인터넷으로 아기 백일 사진 찍을 스튜디오나 뒤져보면서
짬짬이 남의 경기 문자중계나 보고 있었는데
이런 희대의 명경기를 직접 눈으로 못보고
문자중계나 집적거리고 있었군요.

경기장에 있었던 팬들(특히 LG팬들)은 정말 짜릿짜릿했을듯.
그게 단순히 6-2까지 앞섰다가 7-7 동점을 내줬다가
연장전에서 8-7로 역전당했는데 다시 9-8로 뒤집어서 이겼다…는 스토리여서가 아니라는 게
진짜 이 경기의 묘미라는.

그럼 차근차근 이 경기를 살펴보면

먼저 오늘, 느닷없이 LG 트윈스와 SK 와이번스 간에 4:3 대형 트레이드 발생.
게다가 두 팀은 오늘 맞대결.
어제까지 같은 편이었던 선수들과 오늘은 적으로 만나고
어제까지 적이었던 선수들과 오늘은 동료가 된 상황.
뭐 거기까지는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데.

경기가 요상해진 것은 LG가 6-2로 앞서던 6회초부터.
2사 2,3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어제까지 LG 선수였던 최동수가
어제까지 동료였던 LG 김광수 투수가 던진 공을 잡아당겨
6-5로 추적하는 홈런을 터뜨린 것이 시작이었다.

바짝 쫄 것 같던 경기는 곧바로 LG가 6회말 한 점을 더 달아나며 다시 평범한(?) 경기가 될 것 같더니
8회초 SK가 다시 한 점을 따라붙고, 계속된 1사 1,3루 찬스에서
다시 타석에 들어선 타자가 하필 최동수.
까다로운 타구를 날렸지만 LG 유격수 오지환이 잘 잡으면서 병살타가 될 뻔 했으나
오지환의 송구 에러로 오히려 동점이 돼버렸다.

이게 웃긴 게, LG에서 보낸 선수들 중에 작년까지 LG 주전유격수였던 권용관이 포함되어있는데
얘가 바로 슈퍼신인인 오지환한테 밀려서 내야 백업 보다가 SK로 간 거란 말이지.
그런데 그런 선수가 결정적인 클러치 에러를 날렸으니 권용관 평소에 좋아했던 LG팬들 가슴이 어떻겠나.

거기까진 그런대로 또 괜찮은데,
10회초 SK가 1사 만루 찬스를 잡았는데
이때 타석에 들어선 선수가 바로 하필 권용관-_-;;
LG 마무리 오카모토와 9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를 벌이던 권용관은
마침내 밀어내기 볼넷-_-을 얻어내며 SK의 리드를 잡아냄.

이걸 보는 LG팬들은 아까 최동수의 활약 + 오지환의 에러까지 겹치면서
도대체 이런 뻘짓 트레이드를 누가 한 거냐고 거품 물게 된 상황.

여기까지 오면 그나마 영화 같은 상황이다, 라고 할만하다 싶은데
거기에 결정타를 먹인 것이 연장10회말.

점수를 내지 못하면 그대로 지게 생긴 LG 트윈스가
50구를 넘게 던져서 지칠대로 지친 SK 투수 이승호를 상대로
(이승호를 안바꾼 걸 보면 김성근 감독이 별로 이기고 싶지 않았던 듯)
안타와 희생번트, 폭투, 볼넷을 이끌어내며 1사 1,3루 찬스를 잡음.
그 상황에서 LG 타자가(이 선수도 SK에서 뛰다가 FA때 LG로 옮긴 이진영이라는) 친 공이 완전한 병살이구나~ 싶었는데
불규칙바운드가 나오면서 오히려 동점 2루타.

그 다음 타자는 고의사구로 거르고 (오늘 홈런친 타자였다는)
그 다음 타자가 친 공도 다시 병살 코스인가~ 싶었는데
유격수가 전진수비를 하고 있다가 그 공을 놓치면서
끝내기 에러가 되어버린 것.
바로 그 유격수가
권/용/관.

이거 시나리오 써서 영화 제작사 들고가면 너무 작위적인 스토리라고 바로 퇴짜 맞을 놈인데
하느님이 쓰고 있으니 이를 어쩔껴.

앞에 벌어진 상황 다 없애고 그냥 권용관 끝내기 에러, 만 가지고도 말이 많을텐데
오지환의 동점 에러,
권용관의 밀어내기 볼넷,
거기에 다시 권용관의 끝내기 에러가 겹치는 건 뭔 상황이며
그것도 모자라 이적생 최동수의 4타점 불꽃쇼까지 펼쳐졌으니
이게 진정한 야구 드라마지 뭐겠나.

기아 ㅂㅅ들은 이런 드라마 한번 못찍고 뭐하고 있는 거냐.
아 16연패 드라마 찍었던가.

한창 야구 볼 맛 안나던 차에 남의 경기보고 좋아하고 있는
시대가 썼습니다.

아 무르팍도사 봐야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