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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SIDH의 동경여행 / 출발~동경 도착

2005년 6월 12일

2005년 5월 27일.

팔자에 없을 줄 알았던 일본 동경 여행을 위해 출발하는 날.
(정확히 출발하는 날은 5월 28일이지만)

새벽 3시 15분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려면 새벽에 인천공항으로 가야되는데
그 시간에 나를 공항으로 데려다줄 대중교통이란 전무하기에
미리 여행사를 통해 밤 11시 덕수궁 앞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집에서 출발한 시간이 밤 10시 15분쯤.
배낭 하나만 달랑 짊어지고 시청 역에 내려서 덕수궁 앞에 도착한 시간은 대충 밤 10시 40분.
10시 50분까지 덕수궁 앞으로 오라고 했으니 아직 시간은 좀 여유가 있고.
그런데 주위에 버스는 커녕 봉고차 한 대 안보이니.
뭐 지까짓게 나 하나 빼놓고 가겠어라는 무사태평한 심정으로 기다리고 있으려니
10시 55분쯤 핸드폰이 부르르르.

“여보셔~ 공항 안가셔?”
“가는데요?”
“어디 계신데?”
“덕수궁 앞에 있는데…”
“아 조금 더 올라오셔”
약속장소가 어긋난 거였음.

그런데 원래는 덕수궁 정문 앞에서 보면 버스가 보일만한 거리인데
무슨 공사를 한다고 이것저것 쌓고 가리고 하는 바람에 시야가 가려서 안 보였던 것임.
원래 핸드폰 쓸 일도 없을 것 같아 놓고 가려다가
아버지가 가져가라고 하셔서 그냥 들고 왔더니 이렇게 쓸모가 있네.
안가져왔다간 일본여행 못갈 뻔 했음.

대충 뻘쭘해져서 버스에 도착해보니 어머나, 자리가 없네.
전화를 주신 기사 아저씨 왈
신사동에서 버스를 타야할 아가쒸 한 명이 이리로 오는 바람에 정원에서 한 명 넘쳤다고 함.
(참고로 잠깐 버스를 둘러봤더니 대부분 여자들… 우리나라는 여자들만 여행 죽싸리 다니나보다)
하여튼 자리가 모자라니 한명은 버스기사 옆의 불편하디 불편한 보조석을 애용해주셔야 겠는데
치마입은 아가씨한테(여행가는 년이 치마는 왜 입어?) 보조석 앉으라고 하기 곤란하니
늦게 오고 일행없는 남자인 내가 그 보조석을 애용해주셨으면 대단히 감사하겠다는 기사아자씨의 말씀.
이미 자기가 버스탈 장소도 모르는 개념없는 아가씨가 자리 차지하고 앉은 마당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나는 썩은 미소를 지으며 승락할 수밖에.

미안했던지 기사 아저씨가 손수 내 배낭을 받아서 차 트렁크에 넣어주시고
버스가 출발한 뒤에도 이런저런 말을 걸며 친한 척.
“집이 어디세요?”
“왕십리인데요”
“그래요? 야~ 내가 왕십리에서 십년 넘게 살았는데… 나불나불…”
“아… 네… 근데 제가 왕십리로 이사간 지가 얼마 안돼요.”
“그럼 전에는 어디 사셨길래?”
“양재동 살았는데요.”
“그래요? 내가 전에 회사 출근버스 몰 때 양재동 맨날 들락거렸는데…”
“회사 출근버스요. 야 힘드셨겠네요. 일찍 일어나셔야되고…”
“그럼요. 특히 눈오는 날이면 아주 죽죠 죽어.”
“아 그렇죠. 눈오는 날이 운전하시는 분들한테는 아주 죽음이겠죠.”
“그렇구 말구요. 야 내가 군대 전방에 있을 때도 눈이 한번 왔다하면…”
이렇게 해서 군대 이야기로 빠져버렸다는 슬픈 전설이…
(위의 대화가 대충 초면의 대한민국 남성이 말을 트게되는 전형적인 예로 보면 맞음)

11시 조금 넘어서 출발한 버스가 인천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12시 조금 못되어서.
여전히 미안해하시는 기사 아저씨 문이 열리자마자 나보다 먼저 뛰어내려서
트렁크에서 내 배낭을 꺼내주시며 즐거운 여행 되시라는 덕담까지.

청사에 들어갔더니 거의 모든 창구가 문을 닫은 상황에서 사람들만 바글바글.
동경 밤도깨비 여행 가는 비행기만 두 대 뜨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것도 전세기로… ANA 항공사와 스카이마크 항공사 두 노선)
이렇게 사람이 많으니 점보기라도 두 대 뜨나보다 싶었음.
맞았음.

12시 30분까지 L카운터의 2번 데스크 앞으로 오라고 해서 갔더니
다른 데스크(다른 여행사)는 사람들이 한산한데
2번 데스크만 유독 사람들이 줄줄이 줄을 서있었음.
뭐 천천히 줄서지 그러구 화장실에나 갔다오면 사람 좀 줄어들었을까 했더니
화장실 다녀와도 줄 그대로 있음.
할 수 없이 줄서서 이름 말하니 내 이름 적힌 비행기 티켓과 비닐 봉다리를 하나 주면서
이따가 1시에 여행 설명을 하니까 다시 이리로 오라고 함.

공항 내에 빈 자리에 앉아
(워낙 사람이 많아서 주변의 빈 자리 찾기 힘들었음.
그것도 밤에 잠못자고 가는 여행이라는 생각 때문에 대부분이 여행객들이
두세 자리씩 차지하고 드러누워 눈을 붙이고 있는 바람에 더 그랬음)
비닐 봉다리에 들어있던 여행설명서와 동경 지도를 잠깐 살펴봤음.
그런데 아무리 봐도 동경 지하철 노선도는 이해하기 어렵게 복잡해서
이거 제대로 된 여행 할 수 있겠나… 걱정이 되기 시작.

1시에 다시 데스크로 가서 간단한 설명을 들었는데
1시30분부터 출국수속이 가능하다는 말에 사람들 우르르 가서 줄 서기 시작.
30분이나 남았는데 뭘 벌써 줄을 서시나 하면서 코웃음을 쳤더니
그 줄이 2시가 다 되도록 줄어들 생각을 안 함.
안되겠다 싶어서 급히 줄서서 출국수속.

그 전에 먼저 출입국신고서를 한국/일본 것 두 가지를 작성했어야 했는데
여행사에서 이미 두 장을 대충 써놓았길래 내가 안써도 되나 싶어서 놔뒀다가
아무래도 이상해서 주위를 살펴보니 이놈들이 남겨놓은 공란은 내가 메꿔야되는 상황.
투덜투덜하며 작성했는데 일본 것이 아무래도 아리까리…
물어보기도 쪽팔리고 해서 그냥 그대로 놔두고 한국것만 써서 출국심사대에 제출.


ANA항공사 전세기

언제나 그렇지만 매사 피곤하고 짜증내기 일보 직전인 것 같은 표정의 출국심사직원에게서 출국심사를 마치고
탑승할 31번 게이트 쪽으로 한참을 걸어갔더니 (멀더군)
역시나 한시간 정도 남은 탑승시간까지 잠을 메꾸려는 인간들로 북적북적.
게이트 바로 앞에서 빈 좌석을 찾아 앉았더니 내가 타고 갈 비행기가 보이더만.
가볍게 사진 한 장 박고 시작했더니
주변의 아해들이 너도 나도 비행기를 배경삼아 사진을 찍고 지랄.
이년들아 플래시 터뜨리면 유리창에 반사되서 비행기 안보인단다.

남들처럼 잘 생각도 안하고 (새벽 2시면 뭐 평소에도 잠들 시간 아니니까…)
멀리 TV에서 나오는 웃찾사나 보고 있었는데
2시 45분쯤 되니까 탑승을 시작하더만.
이번에도 역시 길게 늘어선 줄을 (에효…) 따라가서 탑승.
평소 비행기를 타면 창가를 선호하지 않는 편인데 (스튜어디스와 멀다)
혼자 가는 일행이라고 창가 좌석으로 배려를… (이런 배려는 필요없단 말이닷!)

그나마 평소엔 창가에 앉으면 항상 비행기 날개가 내 시야를 가리곤 하더니
이번엔 비행기 날개에 가리지 않는 듯하여 조금 안심…
하려고 했더니 이 한밤중에 창밖에 뭐가 보일리가 없잖아!
투덜투덜하며 음악이나 들으려 헤드폰을 찾았더니 헤드폰도 없잖아!
왔다리갔다리 하는 쪽바리 스튜어디스한테 달라고 할까 했더니
뭐 음악이야 안들으면 그만인데 귀찮게스리… 싶어 관둠.
(뭐라고 해야될지도 모르겠고 솔직히…)

다른 항공사는 (이라고 해봤자 외국항공사는 네덜란드 KLM밖에 안타봤지만)
한국에 오는 비행기에는 한국인 스튜어디스도 한 명 정도 태워주는 센스를 발휘하던데
일본 ANA 항공사는 그런 것도 없음.
그래도 기내방송은 일본어 한국어 영어로 삼원다중방송을 해주기는 하더만.
그나저나 “하시무니다”식의 발음은 일본인들에게 피할 수 없는 숙명 같은 것인가.

비행기에서 틀어주는 화면에 일본 출입국신고서 쓰는 요령이 나오길래
그걸 보고 신고서 빈칸 메꿔놓으니 마침 비행기 출발.
이것도 자주 타다보니 (비행기 타본 지 2년 가까이 되는 주제에…)
처음에 이륙할 때는 바이킹 타는 것처럼 벌렁벌렁하던 것이
이제는 뭐 그냥 그런… 정도로 무감해짐.
귀가 멍멍해지는 것은 왜 나아지질 않는 걸까?
(혼자 코잡고 숨내쉬면서 별짓 다해봤음)

비행기가 조금 높게 날기 시작하니
창밖으로 서울의 야경이 조금 보이기 시작.
(비행기가 방향을 바꾸느라 심하게 기울었을 때야 겨우 조금 보였음)
솔직히 한강밖에 안보이더라.
(비싼 돈 들여서 한강다리에 조명 설치한 덕을 보는 건가…)

어느 정도 날아가더니 기내식과 음료서비스를 동시에 시작.
(이것 때문에 스튜어디스랑 가깝게 앉으려고 하는 건데…)
사실은 창밖을 보느라고 (뭐 보이는게 없어서 유리창에 눈 딱 붙이고 밖을 보는 촌티나는 짓을 하고 있었음)
기내식 서비스가 시작됐는지도 몰랐다가
옆 사람이 기내식을 받아서 내 자리에 놔주는 바람에 알았음.
종이상자를 하나 주는데 열어보니 정체를 알 수 없는 죽 같은 놈과
(이것, 예전에 KLM 타고 암스테르담에서 서울 올 때도 아침에 먹이던 음식과 같음)
비스킷, 과일, 야채 따위에 쥬스 한 팩이 있었음.

젓가락만 있으면 될 것 같아서 왜 줬는지 모르는 플라스틱 나이프+포크는 그대로 허리가방에 넣어버리고
맛이 있거나 없거나 꾸역꾸역 먹고 음료서비스 뭐 줄까 묻길래 물 달래서 먹고
(미즈, 해줄려다가 그냥 워터, 해줬다.
이번에도 워러, 그러면 못알아들을까봐 확실하게 워터! 했음)
대략 잠을 청한 시간이 한 새벽 4시쯤.

그러다가 동창이 밝아오는 느낌이 들어 깼더니
어느새 해가 살짝 뜨고 있는게 도착할 시간이 다된 모양.
시계를 봤더니 아침 5시.
(이렇게 한 시간 깜빡 잔 것이 이날 – 5월 28일 – 잠잔 것의 전부였음. 그 외에는 어디서 깜빡 존 적도 없다)

네덜란드 항공에서는 내 몸을 세바퀴는 칭칭 감아도 남을 것 같은 엄청난 사이즈의 담요를 주던데
일본항공사는 무릎에서 명치까지 겨우 덮을만한 담요를 주더만.
(당연히 세로로 덮었을 때 이야기. 나도 설마 이렇게 작을까 싶어서 가로 세로 다 덮어봤다. 가로로 덮으니 배나 겨우 가리더라)
그래서 그런지 괜히 으슬으슬 추운 것도 같고…


하네다공항(인터넷에서 찾음)

새삼 동경이 항구도시라는 점을 만빵으로 느낄 수 있도록 창밖에는 시퍼런 바다가 펼쳐지고
비행기는 바다를 향해서 신나게 내려가고 있었음.
한참을 바다 위를 날던 비행기가 갑자기 나타난 활주로에 착륙하는 것이
하네다 공항의 시스템이더만.
(다시 말하면 하네다 공항의 활주로 끝은 바다라는 말이다)
내리기 직전에 보니까 비행기 전체를 피카츄 그림으로 도배해놓은 비행기가 잠깐 보였는데
어따 써먹자는 비행기인지는 파악하지 못했음.

마침내 비행기가 도착해서 배낭 챙겨서 내렸더니
입국 수속하는 곳에서 또 한참을 줄서야 하는 상황.
공항 직원들이 또 판때기에 입국신고서 확대본을 붙여놓고 들어오는 여행객들에게 보여주는 걸로 봐서
입국신고서 쓰는 요령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나 혼자만은 아닌 모양. (괜히 뿌듯)
네 군데의 입국심사대에서 입국심사를 진행하는 걸 보니
입국신고서를 틀렸는지 뭔가를 다시 쓰는 사람도 보임. (역시…)
자꾸 그런 모습이 보여지니까 줄서있는 사람들도 괜히 불안해서
말도 안통하면서 공항직원들에게 자기가 쓴 신고서 양식이 맞는지 보여주면서 확인하기도 하고…
나야 처음부터 신고서 쓰는 것에 워낙 쫄았던 나머지
비행기 안에서 차근차근 잘 받아적은 관계로 자신있었음.

입국심사대가 점점 가까와지면서 관찰해본 바,
새벽부터 나와서 입국심사를 하고 있는 저 네 명의 직원들이
하나같이 “친절하고야 말겠다”는 결의에 찬 표정을 짓고 있는 게
확실히 한국사람들하고는 달라보였음.
(표현이 좀 이상할지 모르겠는데,
분명히 친절해보이는 표정이긴 한데 그 표정이 대단히 의무적인 것처럼 보여서 – 편견일지도 – 저렇게 표현했음)

입국심사를 마쳤더니 사람들이 수하물을 받는 곳으로 나왔음.
맡긴 수하물 없기 때문에 바로 나가는 곳으로 향했더니 여기도 줄을 섰네.
잘생긴 남자 직원이 내 차례가 되자 비교적 능숙한 한국말로 묻더군.
“신고할 것 있습니까?” (더듬긴 했어도 “있스무니까” 안했으니 능숙한 편)
“아뇨”
“감사합니다”
그렇게 나오니 하네다 공항 로비.
국제선 공항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좁아서 일단 실망.
(뭐 기대한 것도 없었지만)
화장실에서 일단 세수부터 하려고 가다보니
화장실 옆 공중전화에 한국으로 국제전화 거는 법이 한글로 써서 붙여져있었음.
집에 전화나 할까 했다가 당장은 동전도 없고, 새벽 5시반에 전화해봤자 잠만 깨우는 일이라 포기.

세수하고 나와 잠시 외국에 나왔다는 기분을 느껴보기 위해 로비에 있는 TV 시청.
그러다가 동경 시내로 들어가기 위해 국내선 청사로 가는 무료셔틀버스 탑승.
국내선 청사에 도착해보니 국제선 청사보다 훨씬 잘해놓았음.
(…뭔가 안맞는 것 같은 이 기분은 글쎄…?)
국내선 1청사 지하로 내려가서 동경시내 하마마츠죠까지 가는 모노레일 티켓을 파는 자판기를 찾음.
이미 나와 같은 비행기로 도착한 일행들 여럿이 자판기 앞에서 수근거리고 있어서 금방 찾음.
수근거리는 모양새를 보니 자판기로 티켓을 사는 것도 만만치 않은 것 같음.

모노레일을 타고 하마마츠죠까지 가는 티켓 가격이 470엔.
그런데 하네다공항과 하마마츠죠 왕복 + 동경시내 JR선 자유이용티켓(2일 한정)이 2,000엔.
대충 2만원 돈이 한꺼번에 나가긴 하지만 일일이 티켓을 사는 것보다 경제적일 수도 있음.
물론 모노레일 왕복이용료 940엔을 제외하면 약 1,060엔이 JR선 이용료인데
JR선을 타고 아주 멀리 가지 않는 한 기본요금은 130엔 정도…
다시 말하면 이틀동안 JR선을 8번 이상 타지 않으면 그리 경제적이지 않다는 말.

여기서 잠깐… 동경 대중교통에 대한 상식 하나.
서울 지하철은 크게 국철, 지하철관리공단노선(1~4호선), 도시철도공단노선(5~8호선)으로 나눌 수 있는데
동경 지하철도 역시 국철격인 JR선(우리나라 국철처럼 지상으로만 다닌다),
도영(우리식으로 하면 시영) 지하철선, 민영지하철선으로 크게 나뉘고
이 세 노선은 바꿔 탈 때마다 요금을 새로 내야한다는 사실…
즉 서울에 적용시켜보면 영등포에서 국철타고 신도림 갔다가 2호선 갈아타고 신림역으로 가려면
영등포에서 신도림까지 표 끊어서 국철 타고 갔다가 내려서 다시 2호선 티켓 끊어서 다시 타고 신림역으로 가야한다는 말.
이거 재수없게 걸리면 두세 정거장 가려다가 표만 두세 번 끊을 수 있음.

다시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면
내가 모노레일+JR선 2일 티켓을 샀다고 해도
동경시내 다른 지하철노선(JR선이 아닌)을 타려면 또 티켓을 끊어야 한다는 사실.
물론 그걸 감안해서 한국에 있을 때부터 최대한 JR선만을 이용해서 여행할 수 있도록 여정을 짰지만
결정적으로 내가 묵어야할 숙소가 JR선이 아닌 지하철을 타야만 하는 곳에 있다는 사실…
어차피 추가 교통비는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음.

하지만 내가 세운 계획 상으로는 첫날에만 JR선을 최소 7번 (그것도 한번은 장타… 200엔 이상 요금이 나옴) 타게 되어있었으므로
이틀째에 설마 2번 이상 탈리 없겠나… 싶어 미련없이 2일 티켓을 끊었음.
끊어보니 한 장만 달랑 나오는게 아니라 모노레일을 타고 하마마츠죠까지 가는 티켓 한 장과
하마마츠죠에서 JR선을 타고 맘대로 돌아다니다가 모노레일을 타고 공항으로 돌아오는 티켓 한 장이 따로 나왔음.
(티켓이 두 장 나와서 뭔가 하고 읽어보니 티켓에 설명 잘 나와있었음. 독해력의 승리)
티켓은 마지막에 없어져버리니까 기념을 할만한 물건이 없을 것 같아서 영수증까지 뽑았음.


하마마츠죠행 모노레일(인터넷에서 찾음)

일본어 안되는 사람들은 아직도 자판기 앞에서 어느 티켓을 내고 타야할지 몰라 웅성거리는 가운데
하마마츠죠행이라고 쓰여있는 티켓을 개찰기에 넣고 모노레일 승강장으로 향함.
입국심사에서 하도 시간을 많이 잡아먹은 탓인지 벌써 시계는 아침 6시를 향하고…
승강장으로 내려가다가 막 출발하는 한 대를 놓쳤더니 꽤 오래 기다려서 다음 차를 탔음.

자리에 앉아있다보니 (새벽시간이라 무척 한산했음… 거의 한국인 여행객만 있는 수준)
애 둘을 데리고 여행을 온 아줌마가 아까 ANA항공에서 나눠준 기내식을 까먹고 있었음.
흠… 그러고보니, 아침을 먹기가 되게 애매한 시간이네…
어차피 첫 목적지가 우에노 공원이었으므로 공원에 가면 뭐 먹을게 없겠나 싶은 생각으로 정리.
근데 기내식을 외부로 유출해도 되나봐? 처음 알았네…

약 30분 정도를 달려서 종착역(이자 내 목적지)인 하마마츠죠 역에 도착.
모노레일에서 우르르 내리는 사람들 보니 다들 나랑 같은 비행기 타고 온 한국인들 같았음.
역시 개찰구에 표를 집어넣자 하마마츠죠까지 오는 것으로 임무를 다한 첫번째 티켓은 반환되지 않음.
그런데 티켓이 반환되지 않은 것에 어떤 한국인 여행객이 당황했는지 옆 사람에게 물어보기 시작.
질문을 받은 아줌마가 잘못 가르켜주는 것 같아서 지나가다가 괜히 참견.
“남은 티켓 한 장으로 공항 오실 때까지 쓰시면 됩니다…”
“아, 예, 감사합니다”
감사하거나 말거나… 아가씨였으면 모를까.

JR선을 타는 곳으로 갔더니 표지판이 현란하게 널려있는데
의외로 (듣기는 했지만) 표지판마다 한국어 표기가 꼬박꼬박 붙어있었음.
(없는 곳도 많았지만, 공공시설의 경우는 거의 있었다)
JR 야마노테선은 순환선(2호선처럼)이기 때문에
시부야-신주쿠 방향과 동경-우에노 방향으로 나뉘게 되는데
왠일인지 내 주위를 함께 걷던 한국인 여행객들은 대부분 시부야 방향쪽으로 가버리고
달랑 나혼자 동경역 방향 플랫폼으로 와버렸음.

그렇게 드디어 본격적인 나 혼자만의 일본여행이 시작되었음…